"로봇이 수저를 들고 환자에게 밥을 떠먹입니다. 마치 사람이 돌봐주는 것 같습니다."
박형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교수는 1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5 세계 바이오 서밋에서 사회 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로봇 기술이 의료 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밝혔다.
바이오 서밋은 보건복지부와 세계보건기구(WHO)가 인류 건강 증진을 위해 개최한 행사다. 올해 행사에는 국제 기구·정부, 기업, 학계에서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의료 AI(인공지능)와 고령화 의료기술, 바이오 클러스트를 주제로 3개 세션이 진행됐다. 박 교수는 두 번째 고령화 의료기술 세션에서 노쇠 단계별 맞춤형 기술을 발표했다.
전 세계 65세 이상 인구는 2050년 15억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고령자를 돕는 기술인 에이지 테크(Age Tech·고령 친화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나이가 들어도 존엄을 유지하며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노인의 건강, 돌봄, 주거를 돕는 기술이다.
박 교수는 노년을 세 단계로 나눴다. 상대적으로 건강한 초기 노년, 중간 단계의 노년, 말기 노년이다. 노년 초기에는 건강 상태를 오래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박 교수는 "인공지능(AI)으로 질환을 사전에 포착하면 최대한 건강하게 삶을 보낼 수 있다"고 했다.
중간 단계의 노년에는 가정에서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박 교수는 "사람의 손을 구현한 로봇으로 캔을 집어 올리거나 얇은 종이를 오릴 수 있다"면서 "휴머노이드(Humanoid·인간형 로봇)가 있다면 냉장고에서 사과를 찾아서 칼로 잘라 나에게 갖다 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말기 노년에는 요양원에서 집중적으로 돌봐줄 수 있는 로봇이 필요하다. 박 교수는 "요양원에 있는 환자가 식사할 수 있도록 로봇이 환자 입 위치를 카메라로 확인하면서 수저를 들고 밥을 떠먹일 수 있다"면서 "그 사이 환자가 밥을 몇 번 씹는지, 실제로 삼키는지 살핀다"고 했다. 그러면서 "로봇이 환자 몸을 뒤집으며 욕창(褥瘡)을 관리하거나, 환자가 갑자기 침대에서 뛰어내리려고 할 때 사전에 감지해서 로봇 팔로 막고 낙상을 막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의료 현장에 로봇을 적용한 사례도 이날 소개됐다. 차원철 삼성서울병원 디지털혁신센터장은 "병원에서 물류와 관련한 업무 75%를 로봇을 통해 해결한다"면서 "의료진이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물품 운반은 로봇이 담당하고 의료진은 환자 치료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이날 행사에서 "AI, 바이오 기술이 발전하며 세계는 보건 의료 혁신과 형평성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며 "경제·사회·지리적 장벽을 넘어 전 세계가 기술 발전의 혜택을 누리도록 모두를 위한 의료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