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관 질병관리청장. /질병관리청

질병관리청이 내년도 예산안을 올해보다 651억원(5.1%) 늘어난 1조3312억원을 편성했다고 3일 밝혔다. 증가한 예산은 백신 예방 접종 확대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신·변종 감염병 유행에 대비하는 데 들어갔다. 백신·치료제 연구개발(R&D)도 확대했다. 해당 예산안은 정부 심사와 국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되기 때문에 감액 조정될 수 있다.

◇청소년 예방접종 확대…HPV 백신 남아 첫 지원

질병청이 편성한 내년 예산안의 주요 축 중 하나가 예방 접종 강화다. 국가필수예방접종 전체 예산은 올해 3570억원에서 내년 4371억원으로 증액됐다. 이는 사람인유두종바이러스(HPV), 청소년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 예산과 지자체의 예방 접종 보조 예산을 모두 반영한 액수다.

자궁경부암·구인두암 예방을 위한 HPV 백신은 기존 여성(12~26세)에 더해 처음으로 만 12세 남아까지 지원된다. 청소년 대상 인플루엔자 백신 무료접종 대상도 만 13세 이하에서 만 14세 이하로 확대한다.

질병청은 감염병 대유행에 대비하기 위한 감시 체계를 확충할 계획이다. 호흡기 감염병 표본 감시기관은 300곳에서 800곳으로, 병원체 감시기관은 50곳에서 100곳으로 늘리고, 하수 기반 감염병 감시도 기존 99개에서 105개 처리장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대표적인 생물학 무기인 엠폭스(MPOX) 바이러스에 대비한 백신 비축 예산으로 올해 예산의 2배 규모인 27억원을 편성했다. 검역소 관리와 운영 예산은 올해보다 5억원 증액한 71억원이다.

엠폭스는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급성 발열, 발진성 질환이다. 1958년 독일의 실험실 원숭이에게서 사람 두창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 원숭이두창이란 이름이 붙었으나 2022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원숭이와 질병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 엠폭스로 바꿨다.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 전광판에 두창(엠폭스) 감염 주의 안내가 나오고 있다. /뉴스1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등 R&D 투자 확대

질병청은 백신·치료제 개발·연구 지원 예산도 늘렸다.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R&D 지원 사업 예산은 264억원으로 10억원 증액했다. 감염병 관리 기술 R&D 예산 86억원과 공공기관 임무 중심 감염병 연구 다부처 협력 R&D 사업 예산 13억원을 신규 편성했다.

미래 의료 기술을 연구하는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 예산은 올해 12억원에서 내년 199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형질분석 R&D 예산도 올해 50억원에서 내년 118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소아 비만·당뇨, 노인 중증 호흡기질환 등 건강 취약계층 보호 연구 신규 예산으로 32억원을 편성했다.

다만 만성질환 관리 사업 예산은 올해 723억원에서 내년 633억원으로 12.5% 줄었다. 감염병 진단 분석 사업 예산은 336억원에서 334억원으로 소폭 줄었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불요불급한 경비를 줄이고 관행적 사업은 효율화했다"며 "예방접종 확대, 차기 팬데믹 대비, 만성질환 대응, 백신·치료제 개발 등 질병청의 핵심 기능 강화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