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들이 새로운 건강기능식품인 '이너뷰티'에 주목하고 있다. 이너(Inner·내면)와 뷰티(Beauty·아름다움)의 합성어로, 몸 속 건강을 챙겨 미용 효과를 거둔다는 의미다. 화장품을 발라 피부 겉만 가꾸지 않고 속부터 개선하는 '먹는 화장품'이란 개념이다.
이너뷰티 제품은 피부뿐만 아니라 장 건강, 체중 관리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제형도 가루부터 젤리, 입 안에서 녹는 필름 형태까지 다양하다. 시장 조사 기관 VMR(Verified Market Reports)에 따르면 세계 이너뷰티 시장 규모는 2024년 48억달러(6조6900억원)에서 2033년 115억달러(16조23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제약사들은 독자 이너뷰티 브랜드를 만들거나 다른 기업과 합종연횡(合從連橫)으로 협업하고 있다. 편의점, 마트, 홈쇼핑까지 판로를 넓히며 공격적으로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차바이오텍(085660) 계열사 CMG제약(058820)은 최근 먹는 레티놀 제품인 '맛있는 레티놀C 멜팅'을 선보였다. 비타민 A의 한 종류인 레티놀은 피부 재생을 촉진하고 주름 개선, 탄력 유지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졌다. 화장품 원료에 들어가는 성분인데 이번에 먹는 가루로 만들었다. 입에 넣자마자 녹기 때문에 물이 없어도 섭취할 수 있다.
CMG제약은 모링가잎에서 100% 식물성 레티놀을 추출했다. 1포에 레티놀 1000㎍(마이크로그램·1μg는 100만분의 1g)이 들어있다. 하루 영양 성분 기준치의 143%에 해당한다. 맛있는 레티놀C 멜팅은 롯데마트 맥스와 공동 기획한 제품이다. 전국 롯데마트 맥스와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다. 회사는 "상큼한 레몬 맛을 즐기면서 피부 관리를 할 수 있다"고 했다.
동아쏘시오홀딩스(000640)의 일반의약품 계열사인 동아제약은 지난 2022년 이너뷰티 브랜드 아일로를 출범했다. 아일로는 '내가 사랑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사과를 첨가물 없이 발효한 초모를 젤리로 만든 애사비 구미를 선보였다. 초모는 과일 식초가 발효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발효균 덩어리이다.
회사는 애사비가 혈당 관리와 체중 조절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온화한 기후에서 자란 헝가리산 사과를 발효시켜 단맛을 냈다. CU편의점과 카카오톡 선물하기, 온라인몰에서 판매한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당과 지방 걱정 없이 건강한 이너뷰티 습관을 만들 수 있는 제품"이라고 했다.
HLB제약(047920)은 먹는 PDRN(폴리디옥시리보뉴클레오타이드) 제품인 '나티아 PDRN 다이렉트'를 선보이고 있다. DNA에서 유래한 PDRN은 연어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피부 재생, 상처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이를 입에 넣으면 녹아서 없어지는 필름 제형으로 만들었다. 필름 1㎜ 두께에 PDRN 100㎎을 담았다. 지난 4월 홈쇼핑에서 첫 방송을 했다.
CJ제일제당(097950)의 건강기능식품 자회사인 CJ웰케어도 최근 혈당과 체지방 관리에 도움 되는 이너뷰티 제품인 '이너비 슬리밍 스타터'를 선보였다. 액상 앰플 한 병에 과일과 야채 20가지에서 나온 식이섬유 5000㎎이 들어있다. 식이섬유가 탄수화물 소화와 흡수를 지연시켜 식후 혈당 상승을 억제하고 장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춘다고 회사는 설명한다. 식후 혈당 상승을 막기 위해 식사 전 야채를 섭취하는 젊은 고객층을 겨냥한 제품이다.
제약 업계 관계자는 "외면뿐만 아니라 내면의 건강과 아름다움에 관심 갖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면서 "피부에 바르는 화장품을 넘어 먹는 화장품까지 공략하는 추세"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