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 위기를 경고하는 국책 연구기관 보고서가 나왔다. 의사 인력이 인기 과목에 쏠렸고 의료 전달 체계가 왜곡됐다는 내용이다. 이를 방치하면 필수·지역 의료가 무너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2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국민 중심 의료 개혁 추진 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이런 내용을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피·안·성(피부과·안과·성형외과)은 레지던트 1년차 충원율 100%를 기록했다. 소아 청소년과는 26.2%, 심장 혈관 흉부 외과는 38.1%에 그쳤다. 필수 의료는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분야지만 업무 강도가 높고 소송 부담이 있어 기피가 심하다.
지역 간 의료 격차도 나타났다. 비수도권 인구 1000명당 필수 의료 전문의는 0.46명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은 그 4배인 1.8명이다. 지역 환자들은 서울 병원으로 원정 진료를 떠나는 경우가 있다. 이 과정에서 경증 환자들이 희귀질환 치료 등에 집중해야 하는 상급 종합병원에 몰릴 때도 있다.
보고서는 재택·원격 의료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24시간 의료 지원 서비스도 필요하다고 본다. 영국 국가 보건 서비스(NHS)처럼 24시간 전화나 앱으로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적절한 병원으로 안내하는 의료 길잡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를 통해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이 일상에서 의료 서비스를 체감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