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비만 치료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위고비는 국내 출시 8개월 만에 40만건 처방된 것으로 25일 나타났다. 마운자로도 이달 국내 상륙하며 문의가 잇따른다. 비만 치료제는 급성 췌장염, 구토, 설사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오남용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국내 출시한 작년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의약품 안전 사용 서비스(DUR)를 통한 위고비 처방전 수는 39만5379건으로 나타났다.
의약품 안전 사용 서비스는 약국과 의료기관에서 환자가 기존에 의약품을 얼마나 처방 받았는지 확인하는 전산 시스템이다. 위고비는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라 정확한 처방 규모를 알 수 없다. 다만 의약품 안전 사용 서비스에서 사용 추세를 파악할 수 있다.
일라이 릴리도 최근 마운자로를 출시하며 비만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 치료제다. GLP-1은 식후 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글루카곤을 억제해 혈당을 낮춘다. 이를 모방한 약물은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다가 체중 감량 효과가 확인되면서 비만 치료제로 발전했다. 뇌에서 식욕을 줄이고 음식이 위를 떠나는 속도를 늦춰 포만감을 높여 체중을 줄인다.
그러나 비만 치료제는 급성 췌장염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급성 췌장염은 췌장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복부 통증, 메스꺼움, 발열이 나타나고 심하면 사망한다. 영국 보건당국은 지난 6월 비만 치료제를 투여하고 급성 췌장염을 호소하는 사례가 수백건에 이르자 조사에 착수했다.
비만 치료제는 그밖에 구토, 설사, 변비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제2형 당뇨병 환자가 잘못 투여하면 저혈당이나 망막병증으로 이어진다. 위고비와 마운자로 모두 일주일에 한 번 주사를 놓는 방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주사 부위에 발진,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는 체질량지수 30(BMI·체중을 키 제곱으로 나눈 값) 이상인 성인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투여해야 한다. 체질량지수가 27 이상이면서 고혈압 같은 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사용 가능하다. 일각에선 체질량지수가 이보다 낮은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불법 구매 경로를 찾는 경우도 있다.
식약처는 "온라인에서 해외 직구나 개인 판매를 통해 구매하면 안 된다"면서 "비만 치료제는 의사에게 처방을 받고 약사의 복약(服藥) 지도에 따라 신중하게 사용해야 하는 전문 의약품"이라고 했다. 비만 치료제는 투여 기간 식습관을 개선하고 운동량을 늘리는 것도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투여를 중단한 뒤 식욕이 돌아와 체중이 다시 늘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