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마리화나에 대한 규제 완화를 검토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마리화나는 대마(大麻)의 꽃과 잎을 말린 것으로, 담배처럼 피우는 마약류다. 옷감과 종이 원료로 사용하는 용도를 제외하고 재배가 금지됐다.

미 정부는 1970년대부터 마리화나를 1등급 약물(Schedule I)로 분류하고 있다. 위험하고 중독성이 있으며 의학적으로 쓸모 없다는 것이다.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은 마리화나를 3등급 약물(Schedule III)로 낮추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규제 완화의 목적은 의학적 용도로의 개발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마리화나의 의학적 용도와 마리화나 분류를 3등급로 낮추는 것의 이점을 조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전 조 바이든 행정부도 같은 이유로 지난해 대마초를 3등급 약물로 낮추려다 반대 여론에 실패했다.

마리화나는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 성분이 환각과 중독을 일으켜 문제가 된다. 그러나 대마에는 치료 효과가 있는 칸나비디올(CBD) 성분도 있어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다. 대마에서 CBD를 추출하고 THC 성분을 0.3% 미만으로 정제(精製)하면 뇌전증, 파킨슨병, 우울증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018년 대마 CBD 성분 약품인 에피디올렉스를 소아 뇌전증 치료제로 허가했다. 같은 성분으로 건강기능식품이나 화장품도 개발됐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업인들과 만나 대마 성분 치료제 개발을 도와주기로 한 것으로 추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초 뉴저지 골프클럽에서 열린 모금 행사에서 마리화나 기업 관계자들을 만났다고 보도했다. 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 측에 수백만달러를 모금하고 로비스트를 고용했다고 알려졌다.

기업이 1등급 약물을 연구하려면 미 마약단속국(DAE)에 등록하고 연방 정부나 주(州)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마리화나를 3등급 약물로 재분류하면 기업은 연구 장벽이 낮아지고 세금을 일부 감면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환각 성분의 마리화나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술과 담배를 하지 않고 평소 마리화나 냄새를 불평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형 프레드 트럼프 주니어는 알코올 중독으로 40대에 요절했다.

미국에선 마리화나 규제 완화에 대해 반대 여론이 거세다. 규제를 완화하는 순간 중독성이 더 강한 마약으로 입문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영리 단체 스마트 어프로치 투 마리화나(Smart Approaches to Marijuana)는 폭스뉴스 프로그램인 ' 폭스 앤 프렌즈'에 마리화나 반대 광고를 내보냈다. 이 단체는 "기업 이윤을 마약 중독보다 우선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