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6월 27일(현지 시각)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주의회 의사당 앞에서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폐기 판결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덴버 AFP=연합뉴스

미국에서 법원이 폐기한 여성의 낙태권(落胎權)을 비대면 진료가 보장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 연방대법원은 지난 2022년 낙태를 허용한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을 49년 만에 폐기하고 주(州)마다 낙태 허용 여부를 결정하도록했다.

미국 텍사스대 공공행정대학원의 에비게일 에이킨(Abigail Aiken) 박사 연구진은 "낙태권을 제한하는 판결 이후에도 비대면으로 낙태약을 처방하는 수요가 늘었다"고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12일 밝혔다. 임신 14주 미만인 경우 의사가 원격으로 처방한 뒤 약국에서 낙태약을 우편 배송하는 방식이다.

비영리 단체 에이드 엑세스(Aid Access)는 2023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미국 카운티 2649곳에 낙태약 11만8338개를 배송했다. 이 중 4분의 1이 원격 진료로 처방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비대면으로 낙태약을 처방하는 것은 대면 진료와 마찬가지로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15개월간 미국 전역의 15~44세 여성 1만명당 원격 의료를 통해 제공된 낙태약 수. 수가 많을수록 색이 붉어진다. 특히 낙태가 금지된 남부와 중서부에서 비대면 처방이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JAMA Network

특히 낙태를 금지한 미 남부와 중서부에 낙태약을 우편으로 배송한 경우가 많았다. 낙태 수술을 받으러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대신 해당 지역에서 낙태약을 배송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 주는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 이후 방패법(Shield Law)을 도입했다. 낙태가 금지된 지역에 사는 사람에게 낙태약을 처방하고 배송하는 의료진을 보호하는 내용이다.

미국에서 사용하는 대표적인 낙태약은 미페프리스톤이다. 임신 10주(70일)까지 먹을 수 있다. 혈액 검사로 낙태약을 먹었는지 자연 유산인지 구분되지 않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00년 미페프리스톤을 승인했고 2016년과 2021년 원격 진료와 우편 배송을 허용했다. 국내는 낙태약 배송을 허용하지 않는다.

참고 자료

JAMA(2025), DOI: https://doi.org/10.1001/jama.2025.1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