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인희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장(서울대 의대 교수)가 29일(현지 시각)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2025 알츠하이머협회 국제학술대회(AAIC 2025)'에서 기조 강연을 통해 최신 연구 성과를 공유했다.
AAIC는 미국 알츠하이머협회가 매년 주최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치매 분야 학술대회로, 세계 100여 개국의 신경과학자, 임상의,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 정책 결정자들이 참여한다.
알츠하이머병은 뇌에 아밀로이드·타우 단백질이 병리적으로 축적되며 발병하는 대표적인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기존에는 뇌 내 병변 중심의 연구가 주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장을 비롯한 말초 기관의 변화가 뇌 건강에 미치는 영향, 이른바 '장뇌 축(Gut-Brain Axis)'에 대한 관심이 많이 증가하고 있다.
묵 단장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장과 뇌를 직접 연결하는 '미주신경(vagus nerve)'에 주목했다. 미주신경은 소화관과 뇌를 잇는 주요 경로로, 단순한 신경 신호 전달을 넘어 장내에서 생성되거나 유입된 물질이 뇌로 이동할 수 있는 수송 경로가 될 수 있다는 새로운 병인 가설을 제시했다.
이번 기조 강연에서 묵 단장은 '알츠하이머병과 장뇌 축(Gut-Brain Axis): 병인 기전 규명 및 새로운 치료 전략 탐색'을 주제로, 미주신경 중 특히 내장 감각 신경(visceral afferent nerve)이 병적 물질의 이동 통로가 될 수 있음을 오가노이드(organoid·미니 장기), 동물모델, 임상 데이터를 통해 다각도로 입증한 최신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묵 단장은 "기존의 장뇌 축 연구는 주로 장내 면역세포가 혈류를 통해 뇌에 영향을 미치는 원리에 초점이 맞춰졌으나, 이는 혈뇌장벽(血腦障壁·Blood Brain Barrier)이라는 생리적 장벽으로 인해 물질 전달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혈뇌장벽은 산소나 영양분은 통과시키고 그보다 큰 물질은 뇌로 가지 못하게 차단한다.
묵 교수는 "이에 반해 내장 감각 신경은 장과 뇌를 직접 연결함으로써, 장내에서 발생한 독성 물질이 뇌에 전달될 수 있는 새로운 경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묵인희 교수는 지난 30여 년간 알츠하이머병의 병인 기전 규명을 위한 기초의학·중개연구를 선도해 온 대한민국 대표 신경과학자다. 현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가 공동으로 지원하는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의 단장을 맡아 국내 치매 연구 전략 수립과 연구 인프라 구축을 총괄하고 있다.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 관계자는 "이번 기조 강연이 대한민국 치매 연구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며 "향후 국제 공동 연구와 협력 확대의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