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정상인과 경도인지장애,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뇌 PET 영상, 정상인은 뇌에선 대사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나지만, 알츠하이머 환자는 뇌신경이 손상돼 대사작용이 줄어 영상에서 파란 부분이 늘어난다./미 NIH

치매를 유발하는 뇌 속 노폐물이 자는 동안 배출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윤창호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와 배현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공동 연구팀은 "수면 중 뇌 노폐물 배출 시스템인 아교임파계(Glymphatic System)의 활동을 실시간 관측할 수 있는 근적외선 분광기법 기반의 비침습적 검사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뇌혈류대사학회의 공식 학술지 '뇌혈류 및 대사 저널(Journal of Cerebral Blood Flow and Metabolism)'에 지난달 게재됐다.

사람이 잠에 들면 뇌를 감싸고 있는 뇌척수액이 혈관 주위 공간을 따라 뇌 깊숙이 스며들어 노폐물을 씻어내고, 이는 뇌수막 임파계나 경부 임파절을 통해 배출된다. 이렇게 수면 중 뇌척수액이 뇌 안으로 들어가 뇌 조직을 세척하고 빠져나오는 시스템을 아교임파계라고 한다.

잠자는 동안 뇌에서 처리되는 대표적인 노폐물이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으로 꼽히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다. 아밀로이드는베타는 본래 신경 세포를 보호하지만, 뇌세포 밖으로 이탈해 뭉치면 오히려 신경세포를 파괴한다.

윤창호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배현민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공동 연구팀이 개발한 무선 근적외선 분광기. /분당서울대병원

지금까지 인체에서 아교임파계가 수면 중 어떻게 작동하는지 뇌 조직을 손상하지 않는 비침습 방법으로 실시간 관찰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자기공명영상(MRI)은 뇌 척수강에 조영제를 투여하는 부담이 있고, 7-8시간에 이르는 전체 수면 시간 동안 연속적으로 시행할 수 없으며 결과를 정량화하기도 어렵다.

연구팀은 수분 변화에 민감한 무선 근적외선 분광기를 활용해 뇌 속 체액 흐름을 실시간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무선 근적외선 분광기는 이마에 부착된 상태로 작동해 두개골 내부로 700-1000㎚(나노미터·10억분의 1m) 파장의 근적외선을 투과시키고, 산란된 빛의 흡수율을 분석해 뇌 수분량, 산소포화도, 혈류량 등을 산출한다.

특히 수분에 민감한 925㎚ 파장을 중심으로 사용하며, 측정된 수분량 중 뇌 혈류량(혈장 수분)의 영향을 제거하는 알고리즘을 적용해 아교임파계 활동과 직접 연관된 수분량을 정밀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이 건강한 성인 41명을 대상으로 해당 장비를 사용해 검증 연구를 수행한 결과, 각성 상태에서 잠이 들어 비렘수면(NREM)으로 진행하는 동안 전두엽 수분량이 유의하게 증가함을 확인했다. 사람이 잠들면 얕은 수면(렘수면)과 깊은 수면(비렘수면)이 반복된다. 이는 깊은 수면 단계로 갈수록 뇌 세척 활동이 활성화됨을 보여주는 결과로, 동물실험에서 관찰된 아교임파계 활성 패턴과 일치한다.

윤창호 교수는 "이번 연구는 수면과 뇌 건강 간의 연관성을 과학적으로 규명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치매를 비롯한 퇴행성 뇌질환의 조기 예측과 위험군 선별은 물론, 수면 치료의 효과를 평가하고 개인 맞춤형 뇌 건강 관리 전략을 수립하는 데까지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참고 자료

Journal of Cerebral Blood Flow and Metabolism(2025), DOI: https://doi.org/10.1177/0271678X251353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