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속 암 부위만 밝게 비추는 박테리아 기반 형광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선보였다. 정밀한 암 수술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바이오닉스연구센터 서승범 선임연구원은 화학생명융합연구센터 김세훈 선임연구원, 충남대학교병원 이효진 교수와 함께 암을 표적으로 삼는 유익한 박테리아를 활용해 형광 신호로 암 위치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차세대 수술 조영 기술을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이 기술은 수술 중 암 부위를 네온처럼 선명하게 밝혀 암을 더욱 정밀하게 절제할 수 있게 돕는다. 암 수술은 종양을 정확히 제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절제 경계에 암세포가 남는 '양성 절제율'이 여전히 높은 편이다. 유방암의 경우 양성 절제율이 최대 35%에 달한다. 수술 전 영상이나 초음파만으로는 암의 위치와 경계를 완전히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암 조직에서만 형광을 내는 특수 박테리아를 설계해 수술 중 암의 위치와 경계를 실시간으로 식별할 수 있는 기술을 구현했다. 형광 신호는 체내에서 최대 72시간 이상 유지되며 복잡한 장기 사이에서도 암 부위만 불빛처럼 드러나 수술 정확도를 높인다. 외과의사가 맨눈으로 암을 식별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에 수술 부담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암 종류마다 별도로 개발해야 하는 기존 조영제와 달리, 이 기술은 암 조직이 공통으로 갖는 저산소 상태와 면역 회피 특성을 인식해 다양한 고형암에 폭넓게 적용할 수 있다. 형광 밝기는 기존보다 약 5배 높고 근적외선 대역을 활용해 현재 수술 내시경도 활용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바탕으로 박테리아를 기반으로 진단·수술·치료를 아우르는 통합 암 치료 플랫폼으로 기술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 박테리아는 암 조직을 정확히 찾아가는 특성이 있어 항암제나 치료 단백질을 탑재한 치료 기술로 쓸 수도 있다.
서승범 선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박테리아가 암을 스스로 찾아가 형광 신호를 내도록 설계함으로써 암 수술 중 실시간으로 암의 위치와 경계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게 한 데 의의가 있다"며 "특정 암종에만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고형암에 적용할 수 있어 향후 정밀 수술 영상 기술의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Advanced Materials(2025), DOI : https://doi.org/10.1002/adma.2025043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