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이 기존 결핵(BCG) 백신인 일명 '불주사'보다 효과가 뛰어난 재조합 단백질 나노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결핵 예방을 위한 새로운 백신 개발에 청신호가 켜졌다.
질병청 국립보건연구원은 한국세라믹기술원과 공동 개발한 재조합 단백질 나노 백신 후보물질이 기존 BCG백신보다 강한 면역반응과 감염 예방 효과를 보였다고 1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세포 소통과 신호전달(Cell Communication and Signaling)'에 4월 1일 게재됐다.
연구팀이 개발한 새로운 백신 후보물질은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활용해 바이러스와 비슷한 항원을 만든 재조합 단백질 백신에 나노 기술을 접목했다. 핵심은 '온도반응성 나노입자'라는 새로운 전달체다.
이 나노입자는 상온에선 고체 상태로 있다가 체온에 도달하면 안에 담긴 항원을 서서히 방출한다. 덕분에 면역세포가 반응을 오래 유지시키고, 백신의 효과를 높인다. 이 소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생체분해성 물질로 만들어졌다.
실제로 연구팀이 이 기술을 결핵 백신에 적용한 결과, 면역세포인 T세포 반응이 활성화되며 기존 BCG 백신, 또는 항원만 투여한 방식보다 결핵균에 대해 뛰어난 방어 효과를 보였다.
결핵은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호흡기 감염병이다. 현재 백신은 소위 '불주사'로 알려진 BCG가 유일하다. 생후 1개월 이내 모든 신생아에게 접종을 권고하는 필수의약품으로 영유아에게는 효과적이지만, 결핵 감염자의 약 90%를 차지하는 청소년과 성인에게는 예방 효과가 떨어진다. 여기에 전량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수입국 상황에 따라 국내에서 수급이 불안정한 것도 문제다. 새로운 백신 개발이 절실한 이유다.
이번 연구는 한국세라믹기술원의 온도반응성 나노입자 기술과 국립보건연구원의 백신 개발 역량이 결합해 탄생한 성과다. 나노입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생분해성 플라스틱인 PLA(Polylactic acid)와 pluronic F127이라는 물질로 구성됐다. 약물이나 항원을 서서히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질병청은 이 기술을 재조합 단백질뿐 아니라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을 비롯한 다양한 백신 플랫폼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신종 감염병이 출현했을 때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김도근 공공백신개발지원센터장은 "전달체 외에도 면역증강제, 플랫폼, 항원 최적화 등 백신 핵심 요소 기술을 지속해, 국내 기술로 신·변종 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Cell Communication and Signaling(2025), DOI: https://doi.org/10.1186/s12964-025-021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