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지방해양경찰청 마약수사대가 지난해 캐나다 마약 조직원과 국내 판매책 등으로부터 압수한 코카인. 국내 마약류 중독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으나 코카인 중독으로 치료를 받는 환자는 감소하고 있다./뉴스1
중부지방해양경찰청 마약수사대가 지난해 캐나다 마약 조직원과 국내 판매책 등으로부터 압수한 코카인. 국내 마약류 중독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으나 코카인 중독으로 치료를 받는 환자는 감소하고 있다./뉴스1

마약류 범죄와 중독 환자가 늘고 있으나, 실제 중독 치료를 받는 환자 수는 여전히 저조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특히 치료를 시작하더라도 대부분 한 차례 병원을 찾고 진료를 중단해, 마약류 중독에 대한 치료 인프라(기반 시설) 확충과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한국보건복지인재원 ‘공공보건의료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한 마약류 사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2년까지 마약류 중독 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사람은 5226명에서 6877명으로 31.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국내 마약류 범죄자 수가 약 2배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중독 환자 치료 환자가 범죄 규모에 한참 못 미치고 있는 셈이다.

인재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활용해 이 기간 정신활성물질 및 행동장애(마약류 중독 질환)로 의료서비스를 이용한 대상자를 분석했다.

이를 보면, 2012년 5226명이었던 마약류 중독자 유병자 수는 2014년 6026명, 2016년 7103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8년 7074명, 2020년 6453명으로 소폭 감소했으나, 2022년 6877명으로 다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마약류 중독 환자들이 2022년 치료를 받은 중독 약물은 ‘여러 약물 및 기타’가 3252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진정제 또는 수면제’가 2345명, ‘카나비노이드(대마계)’가 878명, ‘카페인을 포함한 흥분제’ 623명, ‘아편’ 283명, ‘환각제’ 157명, ‘코카인’이 16명 순이었다.

그래픽=손민균
그래픽=손민균

특히 코카인의 압수 건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데 반해 치료 환자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약물별로 치료를 받은 중독 환자 추이를 보면,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자극제 중독자가 153%로 가장 많이 늘었다. 카나비노이드 135%, 환각제 72.6%, 아편 70.5%로 뒤를 이었다. 반면 코카인 중독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는 오히려 56.8% 줄었다.

반면 국내 마약류 투약자는 큰 폭으로 늘고 있다. 대검찰청이 매년 발표하는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2022년 국내 마약류 사범은 1만8395명으로 2012년 9255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마약류 사범은 밀수, 밀매, 밀경, 투약류 등으로 나뉜다. 마약류 투약자 규모도 같은 기간 5082명에서 1만899명으로 늘었다. 마약류는 강한 중독을 유발하는 만큼 환자 규모도 이와 유사한 수준으로 늘어야 했지만, 실제 의료 서비스를 받는 환자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연구진은 국내에 마약류 중독자에 대한 치료 인프라가 부족하고 환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중독 환자 치료율이 낮은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국내 마약류 중독 환자들은 한 차례 진료나 입원 이후 치료를 중단하는 비율이 전체의 78.5%를 차지하며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 마약류 중독자의 치료 중단율은 재발성 우울증 27.2%, 양극성 정동장애 20%, 조현병 16.7%, 우울장애 2.9%와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연구진은 “국내 마약류 중독 환자들의 유병률과 치료 시기를 실증적으로 분석한 결과, 치료 시작 시기가 늦고 순응도(의사의 처방에 따르는 정도)가 낮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마약류 중독 환자 치료를 위해 마약류 중독 치료 전문 인프라를 확충하고, 보편적인 의료체계 내에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인 기반이 조성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