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회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에 김택우 전국광역시도의사협의회장이 당선됐다. 김 당선인은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폭주기관차의 기관사가 하차한 만큼, 기관차를 멈추는 데 모든 지혜를 모으겠다”고 밝혔다.
8일 의협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7~8일 이틀간 치러진 의협 회장 선거 2차 투표에서 김택우 후보가 1만7007표(60.38%)를 차지해 당선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2위인 주수호 후보는 1만1160표(39.62%)를 얻었다. 두 후보는 지난 1차 투표 결과에서 각각 1·2위를 차지했지만, 근소한 표차(437표, 1.4%p)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2차 투표에서 양자 대결을 펼쳤다.
14만여명의 회원 가운데 지난달 명부가 확정된 회원 5만1895명 중 총 2만8167명이 투표해, 54.28%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번 선거는 임현택 전 의협회장이 지난해 11월 탄핵되면서 치러졌다. 이후 의협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약 두 달 동안 의료계 임시 수장을 맡았다. 김 당선인은 이날부터 2027년 4월 30일까지인 임 전 회장의 잔여 임기 동안 의협을 이끌게 됐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로 불거진 의정 갈등이 1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 당선인은 취임과 동시에 정부와의 의대 증원 협의를 비롯해 의료 공백 해소와 의학 교육 정상화라는 중대한 도전 과제를 안게 됐다.
김 당선인은 이날 당선증을 받은 직후 “엄중한 시기에 저를 선택해주신 것은 현 사태를 해결해 달라는 회원 여러분의 간절함과 저의 절박함이 어우러진 결과”라며 “의료대란뿐 아니라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위급한 시기인 만큼,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폭주기관차를 멈춰세울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 당선인은 또 “신임 의협회장으로서 2025학년도 의대 교육이 과연 가능한가에 대해 정부가 마스터플랜을 내놓기를 촉구한다”며 “그래야만 2026년도에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보건복지부가 의료개혁을 강행하는 데 대해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복지부는 대통령이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 직속 의개특위(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비급여 관리·실손보험을 비롯한 일방적인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의개특위 논의는 즉각 중단돼야 마땅하다”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정부가 먼저 의대 교육에 대한 마스터 플랜을 제시하고, 의사협회와 논의할 아젠다가 있을 때 비로소 협의에 나설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김 당선인은 의협의 대정부 투쟁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우선 정부와 논의를 해볼 생각”이라며 “대정부 투쟁은 논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가장 마지막 단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당선인은 선거 초기부터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전공의들의 지지를 받아온 만큼, 유력한 후보로 꼽혔다. 앞서 지난해 박형욱 비대위원장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강력한 지지를 업고 당선됐다.
김 당선인은 경상국립대 의대를 졸업한 외과 전문의다. 지난해 2월 이필수 전 의협 회장이 이끄는 집행부가 사퇴한 후 ‘의대 증원 저지 비대위원장’을 맡았고, 이후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교사한 혐의로 면허정지 3개월 처분을 받기도 했다. 지난 2021년에는 간호법 저지를 위해 구성된 의협 간호법 저지 비대위원장으로도 활동했다. 현재 강원도의사회장이자 16개 전국 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