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맥은 심장 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빨라지고 느려지거나 불규칙해지는 질환이다. 증상이 간헐적으로 발생하거나 아예 없기도 해 진단이 어렵다. 부정맥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뇌로 가는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서 뇌가 손상되는 뇌졸중이 발생할 수 았다. 심장이 혈액을 제대로 못 보내는 심부전이나 심장이 아예 멈추는 심정지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올 수 있어서 ‘심장 암살자’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국내 의료기기 기업인 시너지에이아이가 부정맥을 손쉽게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했다. 시너지에이아이는 신태영 이대목동병원 비뇨의학과 교수가 2018년 창업한 의료 AI 기업이다. 신 대표는 “의료 분야에서 최신 AI 기술이 잘 사용되지 않고 전문성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은 현실에서 신시장인 ‘블루오션’을 찾았다”며 “AI 개발자와 의사의 전문성이 만나 헬스케어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목표로 AI 의료산업 현장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부정맥이 무서운 또 다른 이유는 진단이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부정맥 진단을 위해 시행하는 심전도(ECG) 검사는 10~15초라는 짧은 시간 동안 진단을 하기 때문에 간헐적인 부정맥을 놓치기 쉽다. 모니터링 기기도 있지만 12시간 이상 기기를 착용해야 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불편함을 느낀다. 신 대표는 AI로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시너지에이아이는 부정맥 임상 데이터를 300만건 이상 모아 AI에 학습시켰다. 모든 부정맥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임상 의사와 상의해 치료가 필요한 부정맥 질환 27가지를 선별해 학습했다. AI는 학습 결과 14일 이내에 부정맥이 발생할 확률을 91.7%의 정확도로 예측했다. 시너지에이아이는 2023년부터 부정맥 진단 AI ‘맥케이(Mac’AI)’의 임상시험을 진행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등급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다.
신 대표는 “모든 부정맥이 다 치료가 필요한 건 아니기 때문에 서비스 기획 단계부터 치료가 필요한 부정맥을 지정하고 임상 적용 단계를 시뮬레이션(가상실험)했다”며 “임상 데이터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상급 종합병원과 2차 병원을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부정맥이나 심부전을 찾아내는 AI는 이전에도 나왔지만, 시너지에이아이는 예측 정확도를 높이고, 예측 대상인 부정맥의 종류도 늘렸다. 맥케이가 평가유예 신의료기술에 지정되면서 내년 1월부터 비급여 처방도 받을 수 있다. 시너지에이아이는 서울대병원과 의정부 을지대병원, 은평성모병원, 이대서울병원 등 10개 대학병원에 맥케이 설치를 완료하고, 내년부터 정식 판매를 준비하고 있다. 신 대표는 “법정 비급여로 실손보험 청구도 가능하다”며 “환자들이 병원 처방을 통해 손쉽게 AI 의료기술의 혜택을 받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너지에이아이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시판 전 허가(510k)도 받을 계획이다. 미국 진출과 함께 부정맥 예측에서 더 나아가 뇌졸중과 심부전 예측까지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G밸리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는 시너지에이아이에 힘을 보태고 있다.
서울시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고대구로병원이 함께 운영하는 G밸리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는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의 제품 개발과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 시너지에이아이는 G밸리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로부터 전시회 지원을 받아 투자자와 고객사 만남을 26건 진행했다.
시너지에이아이 관계자는 “수출 관련 상담과 투자사 회의 연결, 비즈니스 모델 검증을 G밸리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의 도움으로 할 수 있었다”며 “해외 인허가와 영업, 마케팅을 담당할 수 있는 기업, 의료기관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기술동향 분석과 핵심 특허 전략 수립에서도 G밸리의료기기개발지원세터의 도움이 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