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보건복지 분야 예산이 정부안보다 1655억원 깎여, 주요 정책 추진에 빨간불이 켜졌다.
보건복지부는 10일 국회 의결을 거쳐 2025년도 보건복지부 예산과 기금운용계획의 총지출 규모가 125조 4909억원으로 확정됐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예산 대비 8조 4465억원(7.2%) 늘어난 규모다.
하지만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당초 정부안 대비 총 1655억원 감액됐다. 특히 '전 국민 마음투자 지원' 예산이 정부안보다 74억7500만원 줄었다. 이는 우울·불안 등 정서적 어려움이 있는 국민에게 전문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앞서 야당은 이 사업을 '김건희 예산'으로 규정하고 칼질을 예고했다. 정부는 올해보다 35억8100만원 증액된 508억3000만원을 투입할 계획이었다.
한국형 ARPA-H 프로젝트 사업도 69억원 삭감됐다. 한국형 ARPA-H 프로젝트는 국가 보건의료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비용·고난도의 파급효과가 큰 임무 중심형 R&D를 추진하는 사업이다.
정부가 국정과제로 의료 개혁을 추진하면서 확대하려 한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예산도 23%가량 축소됐다. 정부는 '의료인력 양성 및 적정 수급관리' 사업에 3922억4200만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통과된 예산안은 이보다 931억1200만원 삭감된 2991억3000만원이다.
복지부는 "국회에서 의결된 예산이 2025년 회계연도 개시 직후 차질 없이 신속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예산 배정 및 집행계획 수립 등을 철저히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앞서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 2일 내년도 예산 감액을 우려한 바 있다. 조 장관은 "증액 논의 없이 감액만 반영돼 최종 확정되면 복지부 예산은 정부안 대비 1655억원 축소돼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비상진료체계 유지 예산과 응급실 미수용 문제 해소를 위한 응급의료체계 강화 예산 등이 반영되지 않아 의료 공백에 따른 국민의 불편과 어려움이 더 커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날 의결된 내년도 예산안은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단독 감액안을 강행 처리한 것이다. 예산 증액은 정부의 권한이라 제한되자, 야당이 감액만 해 내년도 예산안을 짠 것이다. 국민의힘이 예산안 상정 직전 정부·여당의 증액안을 제시하며 야당과 협상을 시도했으나 최종 결렬됐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이 야당 단독 수정을 거쳐 본회의에서 처리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