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병원에 복직한 전공의를 향해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의료 현장에 복귀한 전공의·의대생들을 신상 정보와 함께 욕설로 비난하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랐다. 직접 전화로 비난 문자를 받은 피해자도 있다. 전공의들은 해당 글 작성자들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2일 한 대학병원의 전공의(레지던트)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집단 린치를 폭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현재 서울의 한 수련병원에 복귀해 일반의로 근무하고 있다”며 “몇 주간 지속적으로 신상정보 공개, 협박, 각종 모욕과 욕설을 포함하는 극단적인 집단 린치를 당하고 있어 도움을 구하고자 글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그가 자신을 비난했다고 공개한 게시글은 “00병원에서 일하는 000″, “00병원 인턴하고, 학교는 00″ 등 실명과 출신 학교 같은 신상정보를 적나라하게 올렸다. 이 글에는 “윗년차들 뒷통수에 칼 꽂고 대단해”, “선배들 다 죽이고 그 원한 그대로 가져갈 텐데 멀쩡하게 수련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냐”, “지금 이 시기에 소아과 선택한 것부터가 멍청하다” 등의 원색적인 비난이 이어졌다.

게시글 작성자는 병원에 복귀한 전공의를 사직 안 한 전공의를 이르는 은어인 ‘감귤’이라 지칭하며 “앞으로 감귤사냥 잘해야 한다” “감귤다운 멍청함”이라고 썼다. “배신자 낙인찍고 비인간적으로 매장시켜야 결국 다같이 사는 길”이라고도 했다.

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병원에 복직한 전공의를 향해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피해 사실을 밝힌 레지던트는 비난 글을 작성한 사람들에 대해 고소장을 접수한 상태다. 그는 “제 신상과 부끄러운 상황까지 모두 밝히면서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단 하나”라며 “저에 대한 지금의 음해를 주도하는 한 인물이 있다고 생각하며, 그 사람이 정당한 법적 처벌을 받길 원한다”고 썼다.

최근 병원에 복직해 수련 중인 다른 전공의도 비슷한 피해를 호소하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그는 수도권 대학병원의 3년차 전공의로 일하다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한 지난 3월 함께 사직서를 제출했다.

응급의학과 전공의인 그는 “현재 인력이 부족해 밤새며 일하고 있는데, 계속 모르는 번호로 이름과 출신 학교, 근무 병원을 언급하며 욕설을 담은 문자가 매일같이 와 정신적으로 더 힘들다”고 했다. 이 전공의도 지난달 말 해당 지역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현재 집단 사직한 전공의 중 절반이 의료 현장에 복귀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기준으로 사직한 전공의 9198명 중 개원의·일반의 취업 비율은 50.4%에 달한다. 의료 현장에 복귀했지만, 이전에 일하던 수련병원이 아니어서 필수의료과는 여전히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29일 기준 전체 211개 수련병원의 전공의·인턴·레지턴트의 출근율은 각각 8.6%·3.3%·10.2%다. 이런 상황에서 필수의료 현장으로 복귀한 소수의 전공의들이 이 같은 집단 공격을 받고 있다.

김교웅 대한의사협회(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이날 “단체 행동에 동참하지 않아 속상한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신상을 털고 욕설·협박하는 것은 결코 옳지 않으며, 국민들께도 의료 혁신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복귀 전공의들에 대한 비난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병원에 복직한 전공의를 향해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온라인 커뮤니티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