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용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조선비즈와 만나 "RSV 감염증은 감기와 유사한 증상으로 시작되지만, 하기도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며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낮아 적극적인 진단 검사와 관련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Respiratory Syncytial Virus)는 국내에서 11월~3월에 기승을 부린다. RSV 감염증에 걸리면 기침, 발열 등으로 증상이 시작된다. 증상이 감기와 유사해 구별하기 어렵다 보니 앓다가 지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 고령자, 만성 심장·폐질환 환자 등 고위험군이 RSV에 걸리면 건강에 큰 위협이 될 수도 있다. 폐렴으로 발전해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RSV 감염으로 입원한 국내 성인 원내 사망률은 7~10%, 중환자실 입원 환자 사망률은 40%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국내에서는 RSV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적극적인 진단 검사와 관련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최준용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RSV 감염증이 국내에서 위험성이 과소평가되고 있으며, 대중적 인지도도 낮은 상황”이라며 “RSV 감염증이 폐렴, 모세기관지염 등 하기도 감염을 일으킬 수 있고 매우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얼마 전 심부전 환자가 RSV 감염으로 인해 양쪽 폐 폐렴으로 진행돼 심혈관 중환자실에 입원한 사례가 있었다”며 “RSV 감염이 폐렴으로, 폐렴으로 인해 다시 심장 기능이 더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RSV 감염증은 아직 특별한 치료법이 없어 보조적 치료를 하는 식이다. 다만, 최근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예방 항체 주사 ‘베이포투스’, 화이자의 ‘아브리스보’, GSK의 ‘아렉스비’, 모더나의 ‘엠레스비’ 등 RSV 예방 백신이 개발돼 RSV 감염을 예방할 수 있게 됐다. 최 교수는 “국내에는 아직 백신이 도입되지 않았지만, RSV 백신이 개발된 만큼 감염증의 위험성과 백신의 중요성을 대중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래는 최 교수와 일문일답.

그래픽=정서희

-RSV 감염증과 일반 감기는 어떻게 다른가.

“증상만으로는 감기와 구별하기 어렵다. 일반 감기는 콧물, 목 통증, 기침을 동반하는 게 주 증상인 상기도 감염이면서 대증 치료만으로 자연스레 호전된다. 라이노바이러스를 비롯한 여러 바이러스가 감기를 일으키는데, RSV도 감기를 유발하는 바이러스에 속한다. RSV 감염증도 대부분 감기처럼 그냥 앓고 지나가지만, 기저질환이 있거나 면역력이 떨어진 소수에게서 치명적인 감염을 유발한다. 특히 일부에서 폐렴, 모세기관지염 등 하기도 감염을 유발한다. 일반적인 감기는 폐렴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RSV 감염증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는 이유는 뭔가.

“일반적으로 감기로 죽지는 않는데, 기저질환자나 1세 미만 영유아는 RSV 감염으로 사망할 수 있다. 얼마 전에 본 한 환자 사례를 들자면, 심장 기능이 떨어진 심부전 환자가 RSV에 걸렸고, 양쪽 폐의 폐렴으로 진행돼 심혈관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다행히 이 환자는 회복했으나, 1~2세 영유아나 60세 이상의 고령층, 심장, 폐 질환자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RSV 감염 여부를 어떻게 진단하나.

“RSV 감염 여부를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서는 주로 PCR 검사를 실시한다. 감기는 콧물을 주 증상으로 하는 상기도 감염이기 때문에, 검사 결과 폐렴이 생겼다면 감기는 아니다.”

-최근 백일해도 유행했는데, RSV 감염증과 백일해는 어떻게 양상이 다른가.

“두 질환 모두 비말(침방울)을 통해 전파 감염되지만, RSV 감염증과 백일해는 전혀 다른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RSV 감염증은 바이러스 감염이고 백일해는 세균 감염으로 발생한다. 백일해는 ‘100일 동안 기침을 한다’는 특징에서 유래했으며, 특히 아이들에게 위험한데, 주로 심한 기침과 그로 인한 구토를 동반하는 후핑 코프(whooping cough)가 나타난다. 최근에는 성인에서도 백일해가 많이 생기며, 만성 기침으로 발현될 수 있다.”

-RSV 감염증은 어떻게 치료하나.

“RSV 감염증 자체에 대한 특별한 치료법이 없어서 보조적 치료를 한다. 성인 중증 폐렴 혹은 중환자실에서 폐 기능 악화가 있는 환자에게는 필요에 따라서 산소 투여, 인공호흡기 치료 등을 적용한다. RSV 감염 때문에 천식이 악화하기도 하는데, 그런 경우 흡입 전신 스테로이드 등으로 천식 악화를 치료한다. 심장질환자가 RSV에 걸리면 심장 기능이 나빠지므로 심부전에 대해 치료하거나 만성 폐 질환자가 RSV 감염증에 걸리면 폐 기능이 나빠지기 때문에 폐 기능을 회복시키는 치료를 하는 식이다.”

-예방법은 없나.

“국내에는 아직 허가받지 않았지만, 백신이 개발됐다. RSV가 치명적이라는 것은 아주 오래전에 알려졌다. 여러 기업이 백신 개발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그러다가 과학적인 발전을 통해서 RSV 백신이 장벽을 넘고 개발됐다. 최근 특정 단백질, free-f와 post-f로 나뉘는 항원 디자인 기술이 발전해 RSV 백신이 상용화되기 시작했다.”

-RSV도 변이가 생기는 것 아닌가.

“RSV는 A형과 B형으로 나뉜다.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변이를 일으키긴 한다. 하지만 현재 개발된 백신이 1~2년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변이에 영향을 받는지는 추가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RSV 감염증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는데, 대부분 가볍게 지나가기 때문은 아닐까.

“그동안 RSV 예방 백신이나 효과적인 치료제가 없었던 점이 질환 인식 부족의 주요 원인이다. 이제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을 접종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대중의 인식이 올라가야 한다. 이를 위해 RSV의 위험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응하기 위해 감시 체계 재정비가 필요하다. 현재 국내에도 코로나19, 독감 등 호흡기 바이러스 표본 감시 체계가 있으나, RSV에 특화된 데이터는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다. 최근 호흡기 감염으로 의심되는 검체 분석 결과, 약 6~7%가 RSV로 진단됐다.”

-어떻게 인식을 높여야 할까.

“RSV 백신 도입 후 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학계와 의료계, 관련 기업 주도의 캠페인 등이 필요하다. 예방 접종에 대한 연구와 홍보, 캠페인을 통해 RSV 감염증의 위험성과 백신의 중요성을 대중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RSV 백신의 상용화와 함께 연구, 홍보 등의 노력이 이뤄진다면, 대중의 인지도가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본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를 겪고 백신 예방 접종 자체를 불신하고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다.

“여러 검증을 통해 이상 반응이나 부작용의 위험에 비해 얻는 이점이 훨씬 크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됐고 저도 확신한다.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빠른 속도로 백신을 개발하면서 새로운 플랫폼의 백신을 사용했다. 당시 대부분 안전성에 대해 우려했던 게 사실이다. 실제 mRNA 백신의 심낭염, 심근염, 아나필락시스, 바이러스 벡터 백신의 혈전증 등의 문제점도 발견되긴 했다. 그러나 백신을 계속 사용하면서 국내에서도 부작용에 대한 대규모 모니터링(감시)을 했고, 아주 심각한 이상 반응이나 부작용의 발생률은 매우 낮았고 대부분 자연 회복되는 경미한 수준이었다. 다시 말해, 백신 접종으로 얻는 이점이 훨씬 크다. 국내외에서 안전성이 계속 검증되고 있다. 백신 개발은 전임상, 1~3상을 거친 뒤 승인되고 시판 후에도 안전성을 모니터링하는 체계가 운영된다. 특별한 대상에 대한 효과 평가 자료나 산모에 대한 데이터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차기 미국 보건부(HHS) 장관에 백신 회의론자인 로버트 케네디 F 주니어를 지명한 것을 두고 의약계 전문가들의 우려가 크다고 한다.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국내외에서 백신 음모론이 확산했다. 일부는 과학적 근거 없이 단편적인 사실에 의존해 잘못된 논리를 강화했다. 선진국인 미국이 백신 불신론자를 보건부 장관으로 임명한 것은 백신을 개발한 과학자, 감염학을 전공한 과학계, 신종 감염병을 다루는 임상 의사나 방역 전문가 등에게 상당한 위협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학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와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현재 사용되는 백신들은 모두 초기 개발 과정에서 여러 혼란을 겪어왔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 체계적인 검증 시스템이 구축됐다.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체계적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