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가 내년부터 의대 교육은 파행을 겪게 될 것이라며 정부에 의대 모집 중지를 촉구했다. 전공의·의대생은 물론 모든 의료계 직역과 함께 정부를 상대로 강력 저항·투쟁하겠다고도 했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이미 치러진 상황에서 내년도 의대 정원을 두고 의정 간 입장차는 더 크게 벌어졌다.
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제1차 회의 브리핑을 열고 “내년부터 의대 교육은 파행을 겪으며, 시간이 갈수록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해부학 실습 등 기초의학 실습과 이후의 병원 임상실습은 파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또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측 인사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편히 지내는데, 의대생들과 의대 교수들은 혼란과 고통 속에 10년 이상 후유증을 앓게 될 것”이라고 했다.
비대위는 전날 제1차 회의를 열고 비대위원 상견례와 함께 비대위 운영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비대위는 박위원장을 비롯해 전공의·의대생·의대 교수 등 총 15명(자문위원 포함 총 21명)으로 구성됐다. 이 중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전공의·의대생은 총 6명으로 이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관측됐다.
이날 회의에서 비대위는 당장 내년도 의대 모집 중지를 촉구하기로 했다. 현재 3000명을 교육할 수 있는 환경에서 갑자기 6000명, 7500명의 의대생을 교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미 지난 17일 수능을 치른 상황에서 의대 정원을 수정하면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박 위원장은 “물론 수험생 혼란도 고려해야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미 입학한 학생들을 제대로 교육하는 것”이라며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학생이 의사가 되어 환자를 진료하게 되면 돌이킬 수 없다”고 반박했다.
비대위는 또 정부의 의료 농단에 맞서 온 대전협 비대위를 비롯해 의대생 단체의 입장을 적극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전공의·의대생은 물론 의대 교수·개원의·봉직의(페이닥터) 등 의료계 전 직역이 함께 정부의 의료 농단 저지를 위해 싸울 것이란 계획도 밝혔다. 박 위원장은 투쟁 방식에 대해 “의료계 전 직역이 같이 논의하고 있고 현재의 의료체계 문제점을 공감대를 형성해 각자의 입장에서 투쟁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