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탄핵으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된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정부에 의대 증원 갈등을 초래한 책임자를 처벌하고, 신뢰할 수 있는 선제적 조치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의협 비대위가 여·야·의·정협의체 참여에 회의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의사단체와 정부의 갈등이 길어질 전망이다.
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은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비대위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여야의정협의체가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굉장히 회의적”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의협 비대위는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의대 증원 규모를 협의하지 않았음에도 19차례 협의했다고 한 점, 2000명 증원이 과학적 근거가 있다는 점,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등 행정명령으로 전공의들의 기본권을 침해한 점 등을 지적하며 관계자 처벌을 요구했다. 이런 조치들이 선행되지 않으면 정부와 협상 또는 대화가 ‘알리바이용’으로 사용될 뿐이라고 못 박았다.
박 위원장은 의대 증원을 재검토해달라고 호소했다. 박 위원장은 “급격한 의대 증원은 10년 후유증을 낳을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정부를 신뢰할 조치를 해주고 책임자 처벌로 시한폭탄을 멈추게 해준다면 현 사태가 풀리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의정협의체 참여에 대해 “저 혼자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비대위원들과 전공의·의대생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문제 해결을 위해서 정치권과 시민 사회 등에 조언을 구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비대위원장으로서 해야 할 일”이라며 대화 여지를 남겨뒀다.
이날 비대위 구성원 15명도 소개했다. 15명 가운데 박 위원장을 공개 지지했던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이 포함됐다. 박단 위원장을 비롯한 전공의 3명과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측 대표 3명 등 6명이 비대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의협은 기존에 50여명까지 포함됐던 것과 비교해 ‘작지만 강한’ 비대위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이 의협 비대위원장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걸었던 전공의·의대생과의 연대를 강화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번 비대위는 전공의·의대생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협에서는 박 위원장을 필두로 나상연, 한미애 등 대의원회 부의장 2명이 비대위원으로 참여한다. 지역 의사회는 이주병 충남의사회장과 최운창 전남의사회장이, 의대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에선 김창수 회장, 김현아 부회장, 배장환 고문이 합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