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연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 회의 브리핑에서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을 발표하고 있다./뉴스1

정부가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쏠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 중증 응급 대응이 가능한 지역 2차 병원을 육성하기로 했다. 또 전공의가 필수의료과를 기피하는 대표적인 이유로 꼽히는 의료사고 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가 관련 입법을 빠르게 추진한다.

정경실 의료개혁추진단장은 14일 서울 여의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이날 열린 ‘제7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 관련 브리핑을 열고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지역 2차 병원들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육성·지원을 강화하고, 의료진의 의료사고 사법리스크를 줄이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중증 대응 가능한 지역 2차 허리병원 키워 거점화”

2차 병원은 동네 의원(1차)과 대형 병원인 상급종합병원(3차) 사이에서 ‘허리’ 역할을 하는 종합병원과 병원을 말한다. 정부는 주변에 3차 병원이 없는 2차 병원들을 선정해 거점화하고 규모를 키운다는 방침이다. 병원 선정은 수술역량, 적정 재원 일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계획이다.

앞서 정부가 대형 병원이 중증·응급·희소 질환에 집중하기 위해 지난 8월부터 시작한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사업도 계속 추진 중이다. 이날 기준 상급종합병원 47개 중 31개가 시범사업에 참여 중이며, 9곳이 추가 신청하면서 85%가 구조 전환에 동참한다.

국민의 의료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현재 시범사업 형태인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비대면 진료는 지난해 6월 시범사업을 시작한 뒤 올해 7월까지 의료기관 8819곳이 참여하고, 환자 115만명이 이용했다.

◇해외보다 고소·고발 건수 많아…“의료사고 안전망 강화”

환자들의 신속한 권리구제와 의료진의 법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 방안도 연내 발표하기로 했다. 이는 사직 전공의들의 7대 요구사항 중 하나이기도 했다.

정 단장은 “예기치 못하게 발생한 의료사고가 민·형사상 소송으로 이어져 소신 진료를 위축시키고 필수의료 기피를 키우고 있다는 점에서 위원들 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찬반 의견이 갈리는 가장 첨예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 주요 국가의 사례를 살펴본 결과 우리나라의 경우가 고소·고발 건수가 확연히 높았지만, 최종적으로 유죄를 확정받는 건수는 적었다”며 “잦은 민·형사상 소송과 장기간의 수사·재판 절차 등에 따라 발생하는 높은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중대 과실만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의료사고 발생 시 수사 초기부터 중대한 과실 유무를 판단하는 ‘의료사고심의위(가칭)’를 신설해 소모적인 소환 조사를 줄이고 의학적 전문성을 갖춘 수사체계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 위원회는 정부, 의료계, 환자단체, 법조계 등으로 구성된다.

이날 노연홍 의료개혁특별위원장은 “그동안 의료사고 관련 문제는 환자와 의료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쟁점이 많아 개혁 추진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의료개혁특위에서는 환자, 의료계 의견과 해외 사례 등을 심층 검토해 연내 환자와 의료진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방향과 입법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