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스 홉킨스 보건안보센터의 케이틀린 리버스(Caitlin Rivers) 교수는 “보고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수천 명의 낙농업 종사자가 감염된 가축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픽사베이

미국에서 확산하고 있는 고병원성(H5N1) 조류인플루엔자바이러스가 예상보다 훨씬 많은 농장에 퍼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7일(현지 시각)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발표한 ‘질병과 사망 주간 보고서(Morbidity and Mortality Weekly Report)’에 따르면, 미시간주와 콜로라도주에서 H5N1 바이러스에 노출된 낙농업 근로자 115명의 혈액을 검사한 결과, 그중 8명이 최근 H5N1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7%에 달하는 감염률이 확인된 것이다.

미국에는 지금까지 46건의 H5N1 감염 사례가 보고됐으며, 이 중 45건이 가금류·소와 관련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존스 홉킨스 보건안보센터의 케이틀린 리버스(Caitlin Rivers) 교수는 “보고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수천 명의 낙농업 종사자가 감염된 가축에 노출됐을 것”이라며 “수십 개 주에서 유제품 감염이 발생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주 또는 모든 주에서 인간 감염 사례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H5N1 바이러스는 인체 감염 위험이 가장 높은 조류 인플루엔자인 A형 인플루엔자의 변이종이다. 표면에 있는 헤마글루티닌(HA)과 뉴라미니디아제(NA)가 각각 5형, 1형이어서 H5N1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HA는 바이러스가 사람 호흡기 세포에 달라붙는 열쇠 역할을 하며, NA는 증식 후 세포를 뚫고 나오게 해준다. 바이러스는 숙주를 여럿 감염시키며 두 단백질의 형태를 바꾸는 쪽으로 진화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H5N1 바이러스는 2003년부터 유행해 올 9월까지 464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미국에서 젖소를 통해 H5N1 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된 사람들은 모두 농장 근로자였다. CDC는 이들 모두 젖소를 짜거나 젖 짜는 공간을 청소한 경험이 있었다며, 이러한 활동이 더 높은 위험을 동반한다고 지적했다. CDC는 이들 근로자에 대해 안전 고글과 호흡기 보호 장비 등을 착용할 것을 권장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CDC는 노출된 농장 근로자에 대한 검사를 늘릴 계획이며, 더 많은 사람들이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다만 CDC는 바이러스가 사람 사이에 더 잘 퍼진다는 증거는 아직 없어 일반 대중에 대한 위험은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분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참고 자료

Morbidity and Mortality Weekly Report(2024), https://www.cdc.gov/mmwr/volumes/73/wr/mm7344a2.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