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미혼)나 돌싱(이혼자)이 새 짝을 찾는 TV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예능이라고 하지만 어쩌면 건강을 찾는 방송일지 모른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혼자 살면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많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 케펭(Kefeng Li) 마카오 이공대 응용과학과 교수 연구진은 “미국과 영국, 멕시코, 아일랜드, 한국, 중국, 인도네시아 등 7국에서 10만6556명을 조사한 결과 미혼자는 기혼자보다 우울증 위험이 79%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5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인간행동’에 발표했다.
◇한국은 술 많이 마시는 미혼자 위험
우울증은 이제 공중보건 문제이다. 전 세계 성인의 약 5%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 이전에도 결혼이 우울증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지만, 주로 서구의 미혼자만 조사했다. 이번 연구는 미혼이나 이혼, 별거 중인 사람과, 결혼과 상관없이 이성과 동거를 하는 사람들을 모두 조사했다.
연구진은 10만명이 넘는 사람을 조사한 결과 2만2490명이 우울증 증상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2만865명을 대상으로 4~18년간 기혼자와 미혼자의 우울증 위험을 추적 조사했다. 분석 결과 미혼자는 모두 약 80% 더 위험하다고 나왔다. 특히 이혼했거나 별거 중인 사람은 기혼자보다 우울증 증상이 나타날 위험이 99% 더 높았다. 배우자와 사별한 사람은 기혼자보다 64% 높았다.
지역별로 보면 미국과 영국, 아일랜드 등 서구 국가의 미혼자가 한국과 중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 미혼자보다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더 컸다. 서구에서는 성별이나 학력에 따라 미혼자의 우울증 위험이 차이가 났다. 우울증 위험은 미혼 남성이 미혼 여성보다 더 컸고, 학력이 높은 미혼자가 낮은 사람보다 더 위험했다.
한국과 중국, 멕시코 미혼자의 우울증은 음주와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과 멕시코는 흡연도 위험 요인이었다.
◇“자발적인 독신은 정신 건강 비슷” 반박도
리 교수는 기혼자의 우울증 발병률이 낮은 것은 부부가 서로 지원하고 경제적 자원도 나누며 정신적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연구진은 또 같은 미혼자라도 조건에 따라 우울증 위험이 다른 점도 알아냈다는 점을 강조했다. 리 교수는 “이번 연구는 미혼자의 우울증 취약성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와 성별, 교육 수준에 따라 지원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구의 한계도 인정했다. 연구진은 병원에서 우울증을 임상 진단하지 않고 설문지를 통해 자료를 수집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또 이성애자만 조사한 것도 한계라고 했다.
영국 에식스대 심리학과의 베로니카 라마르체(Veronica Lamarche) 교수는 가디언지에 “이전 연구에서도 독신보다 연애를 하면 건강상 이점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면서도 “무조건 기혼이 좋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 연구는 결혼 생활에서의 갈등이 정신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고 밝혔다”며 “자발적인 독신이 편안함을 느끼면 연애 중인 사람들과 비슷한 건강 결과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Nature Human Behaviour(2024), DOI: https://doi.org/10.1038/s41562-024-02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