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비만약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가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치료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 1일(현지 시각) MASH 환자 80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 시험에서 표준치료와 주 1회 위고비 2.4㎎ 투여를 병행하며, 72주차에 환자들의 상태를 위약과 비교했다. 그 결과, 37%의 환자에서 간 섬유증이, 62.9%의 환자에서 지방간염이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는 내년 상반기 미국과 유럽에 위고비를 MASH 치료용으로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위고비는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인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호르몬의 유사체로, 혈당 수치를 낮추고 식욕을 조절하도록 돕는다. 노보 노디스크가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의 당뇨 치료제 오젬픽의 체중 감량 효과를 확인하고 비만 치료제 위고비로 출시했다.
앞서 위고비는 비만 치료 외에도 암과 알츠하이머 치매, 심장질환 등 다양한 질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왔다. 이번 임상시험 결과는 위고비가 MASH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MASH는 한동안 비알콜성 지방간염(NASH)으로 불리다, 지난해 글로벌 간학회가 MASH로 공식 명칭을 바꿨다. MASH는 지방이 쌓이면서 염증과 간 손상을 동반하는 질환으로, 간이 굳는 간경화, 간암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아직 뚜렷한 원인 규정이 어려워 치료제 개발 난도가 비교적 높다.
앞서 지난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마드리갈 파마슈티컬스의 레즈디프라를 MASH 치료제로는 최초로 승인했지만, 모든 MASH 환자를 치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현재 마땅한 치료법이 없는 질환 치료를 위해 정식 승인이 아닌 ‘가속 승인’을 받은 만큼, 마드리갈은 레즈디프라의 효능과 안전성 검증을 위한 추가 연구를 완료해야 한다.
전 세계 제약업계는 노보 노디스크의 MASH 대상 위고비 연구에 주목하고 있다. 마틴 홀스트 랑게 노보 노디스크 개발 부문 총괄 부사장은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사람 3명 중 1명이 대사이상 지방간염을 앓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치료 선택지가 적다”며 “이번 임상 결과는 세마글루티드가 MASH 환자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이번 임상 3상의 세부 데이터를 이달 15~19일 미국간학회(AASLD)에서 공개한다. 이번 3상에 이어 후속으로 진행 중인 임상 결과는 오는 2029년에 나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