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흡입술 같은 고도비만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비만 수술이 줄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 세계를 휩쓴 비만 치료제 열풍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식욕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비만치 료제는 부작용으로 치료를 중단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수술적 관리도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지적했다.
토마스 차이(Thomas Tsai) 미국 하버드 의대 비만외과 교수 연구팀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유사체 계열 약물 사용이 급증했지만, 병원 기반 비만 수술 프로그램은 줄어들어 폐쇄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지난 25일 국제 학술지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발표했다.
GLP-1은 음식을 먹으면 위나 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식사 후 포만감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호르몬을 모방한 물질을 GLP-1 유사체라고 하는데,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가 GLP-1 유사체다. 노보 노디스크가 앞서 출시한 비만 치료제 삭센사(리라글루타이드)도 GLP-1 유사체에 속한다. 이 약물들을 주사하면 포만감을 높여 식욕을 억제할 수 있다.
연구팀은 미국 의료보험 ‘메디케어 어드밴티지’에 가입한 1700만명 중 비만이면서 당뇨병은 없는 사람을 선별해 조사했다. 조사 기간은 2022~2023년이다. 이 기간 세마글루타이드와 리라글루타이드 같은 GLP-1을 처방받은 비만 환자는 8만1092명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비만 수술을 받은 환자는 5173명으로 집계됐다.
비만 치료제 처방과 비만 수술은 증감률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연구팀이 2022년 하반기와 2023년 하반기를 비교했을 때 GLP-1 약물을 처방받은 환자는 132.6% 늘었다. 같은 기간 대사성 비만 수술을 받은 환자는 25.6% 줄었다. 연구팀은 여름 이전에는 미용 목적으로 비만 치료를 받는 계절적인 요인 때문에 하반기만 비교했다.
차이 교수는 비만 치료와 관련해 약물요법과 수술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GLP-1 계열 치료제가 비만·당뇨병 치료에 효과적이지만, 위장관 부작용과 높은 비용으로 치료를 중단하면 체중이 다시 증가할 수 있다”며 “정책 입안자들은 효과적인 비만 치료에 대한 최적의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약물학적 관리와 수술적 관리 간의 균형을 감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수술 대신 약물요법을 원하는 고도비만 환자가 늘고 있다. 지방흡입 특화 의료기관 365mc가 BMI(체질량지수·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30 이상 고객 28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의 67%(189명)가 위고비 처방을 원했다. 위고비 처방을 원하는 환자 중 95%(180명)가 ‘체중 감소 효과’를 이유로 들었다.
전문가들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약물과 수술을 적절하게 사용돼야 비만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본다. 국내 비만 수술은 급여가 인정된 이후 한 해 2400건 정도 시행되고 있다. 김경곤 대한비만학회 부회장(가천대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은 “위고비가 국내에 출시되면서 비만 수술이 10~20%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며 “비만 치료제에 대한 오남용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비만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가 무엇일지 판단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비만 수술은 비용 면에서도 장점이 있다. 비만 수술 비용은 보통 600만~700만원 정도이다. 위고비가 현재 소비자 가격이 월 80만원 정도인 점과 오랜 기간 투약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약물요법보다 수술이 더 저렴할 수 있다.
참고 자료
JAMA Network open(2024), DOI: https://doi.org/10.1001/jamanetworkopen.2024.413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