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 주요 대학병원들, 소위 '빅5 병원'이 내년도 전임의(펠로우)를 모집하고 있으나 지원자가 절반도 차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외과와 산부인과, 신경과 등 필수의료과는 지원자가 거의 없다. 사진은 25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응급실 앞./연합뉴스

서울 빅5(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 대형병원이 내년도 전임의(펠로우)를 모집하고 있으나 지원자가 절반도 차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나마 지원자들도 기존 전임의들을 학교에서 설득해서 1년 더 남게 한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은 지난 25일 전임의 모집 마감 결과 지원자가 전체 모집 인원의 48.4%로 절반이 채 되지 않았다고 28일 밝혔다. 빅5병원 교수들은 이를 두고 “내년 전임의가 떠나고 전공의가 여전히 돌아오지 않는다면 의료공백은 더욱 심화하고 길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대를 졸업해 의사 면허를 취득하면 대학병원에서 전공의로 4~5년간 인턴, 레지던트 수련과정을 거쳐 전문의가 된다. 전문의가 된 후 수련병원에서 1~2년 세부 전공을 공부하며 진료하는 의사를 전임의라고 한다.

분당서울대병원는 심장혈관흉부외과, 중환자진료부, 병리과, 소화기내과, 정신건강의학과 등에 전임의가 0~1명 지원했다고 밝혔다. 빅5에 속한 다른 병원들은 11월 초까지 지원받고 있는데, 비슷한 상황이다. 빅5 병원에 따르면 특히 외과와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신경과 등 필수의료과는 지원자가 거의 없었다.

빅5 병원 한 곳의 A 신경과 교수는 “이번 전임의 모집에서 신규 지원자는 별로 없다”며 “지금 일하는 전임의들도 내년에 남아 있어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임의 지원자가 의정 갈등 전과 비교해 80% 정도 줄어, 이런 상태로는 내년에도 의정 갈등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소아청소년과 B교수는 “내년에 졸업하는 전공의 4년차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신규 지원자가 적은 것”이라며 “군대에서 제대하는 선생님들이 많이 지원해주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소아청소년과의 C교수는 “하지만 소아과는 성비가 다른 곳과 달리 여성이 많아 군 제대하는 선생님만 기다려서는 해결이 어렵다”고 우려했다.

인기가 많은 이비인후과도 심각한 것은 마찬가지다. 세부적으로 미용 수술 등이 가능한 코 분야는 전임의 지원율이 높지만 두경부외과처럼 암을 수술하는 분야는 지원자가 거의 없다.

두경부외과 D교수는 “올해 전임의 선생님을 설득해 내년 1년 더 근무하기로 했다”며 “전임의가 1명뿐이면 수술을 하기 어렵고, 신규 수술을 받기도 어렵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제는 수술 대신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 같은 차선책을 제안한다고 했다. 뒷감당을 할 인력이 없어 큰 일을 벌이기 어렵다는 얘기다.

교수들은 전임의 지원 기피가 내년 의료 공백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D교수는 “단언하기 어렵지만 정부와 전공의 양측이 팽팽하게 자기 의견만 고집해서는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며 “의료 공백이 길어지면 피해는 환자들만 고스란히 보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전공의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가정의학과 E교수는 “전임의도 문제지만, 의사시험 지원율도 낮은 데다 전문의 배출도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는 의료 개혁과 의대 증원이 같은 문제가 아님을 직시하고 필수의료, 지방의료 등 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