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이나 상담 치료에 효과가 없는 우울증 환자도 뇌에 약한 전류를 전달해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병원에 오지 않고도 집에서 충분히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World Government Summit

약물이나 상담 치료에 효과가 없는 우울증 환자도 두피를 통해 뇌에 약한 전류를 전달해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장비도 간단해 매일 병원에 오지 않고도 집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영국 이스트런던대와 킹스 칼리지 런던, 미국 텍사스대 공동 연구진은 “원격으로 진행하는 경두개직류자극(tDCS)으로 진행한 임상시험 결과 우울증 환자의 증상이 줄고 회복됐다”고 지난 21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슨’에 발표했다.

tDCS는 머리에 쓰는 두건이나 헬멧 같은 장치가 내부 전극으로 약한 전류를 두피로 흘려 뇌에서 기분 조절과 관련된 영역을 자극하는 원리다. 여기서 나오는 전류는 약 2㎃(밀리암페어) 정도로, 100W(와트)짜리 전구를 켜는 데 필요한 전류의 약 0.5% 정도로 약해 통증을 주지 않는다.

연구진은 174명을 둘로 나눠 한쪽은 tDCS를, 다른 쪽은 가짜 tDCS(위약) 치료를 10주간 받게 했다. 모두 항우울제를 복용하면서 임상시험에 참여했다. 10주 후 tDCS 치료군은 우울증 점수가 이전보다 9.41 떨어졌고, 위약군은 7.14점 감소했다. tDCS 치료군 중 44.9%가 우울증 증상이 줄고 회복했다. 위약군은 그 비율이 21.8%에 그쳤다. tDCS의 효과가 위약 치료보다 2배 이상 높다는 얘기다.

연구에 참여한 신시아 푸 킹스 칼리지 런던 교수는 “tDCS는 뇌에 약한 전류를 흘려보내 우울증 환자의 뇌에서 활성도가 떨어져 있는 외측 전두엽 피질을 자극한다”며 “이 부위는 적극적인 의사결정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전에도 tDCS가 우울증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여럿 나왔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치료 효과를 검증하는 데 그치지 않고 10주 동안 환자들이 매일 병원에 오지 않고 가정에서 tDCS 치료를 받게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숀 맥클린톡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메디컬센터 박사는 이날 네이처지에 “정신 건강 치료를 집에서도 받을 수 있음을 실제로 입증한 연구 결과”라고 평가했다. 네이처는 “이번 치료 방법은 항우울제나 심리 치료와 같은 표준 치료법이 듣지 않는 우울증 환자의 3분의 1 이상에게 게임체인저(game changer, 판도를 바꿀 기술)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물론 당장 집에서 우울증 치료를 하기는 어렵다. 이번처럼 tDCS가 듣는 환자도 있지만, 아예 효과가 없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독일 뮌헨 루드비히막시밀리안대학병원 연구진이 우울증 환자 1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tDCS가 우울증 치료에 큰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연구진은 “tDCS가 개인마다 치료 효과가 다를 수 있다”며 “그 원인이 무엇인지, 또 어떤 사람에게 tDCS가 치료 효과가 있는지 알아내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참고 자료

Nature Medicine(2024), DOI: https://doi.org/10.1038/s41591-024-03305-y

Lancet(2023), DOI: https://doi.org/10.1016/S0140-6736(23)006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