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로슈진단에서 만난 코린 디브-레클뤼(Corinne Dive-Reclus) 로슈 디지털 진단 사업부 글로벌 총괄은 "지속적으로 축적되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기 위한 검사실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검사실의 효율성을 높이고 가치 있는 임상 데이터를 생성하기 위한 디지털 플랫폼의 중요성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로슈진단

많은 전통 산업이 디지털 기기를 적극 도입해 디지털화하고 있다. 바야흐로 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아 헬스케어 시장에서도 데이터가 중요해졌다. 과거 펜과 종이만 쓰던 진료 기록부터 실시간 관찰 자료, 유전자 정보 등이 디지털 데이터로 수집·분석된다. 이는 진단의 정확성과 치료 효율성을 높이고 환자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활용된다.

스위스의 로슈진단은 2021년부터 디지털진단사업부를 만들어 소프트웨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개발하기 시작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의료 현장에서 환자 진단을 효율화하고 의료 데이터를 관리하는 검사실도 개선하는 온라인 플랫폼도 개발하고 있다.

지난 2일 한국로슈진단에서 만난 코린 디브-레클뤼(Corinne Dive-Reclus) 로슈 디지털진단사업부 글로벌 총괄은 “지속적으로 축적되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기 위한 검사실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검사실의 효율성을 높이고 임상 데이터를 생성하기 위한 디지털 플랫폼의 중요성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슈진단은 병원 검사실에서 사용하는 디지털 플랫폼이 최신 디지털 기술을 쉽게 쓰도록 해 검사실의 인력 부족과 업무 부담을 해소하고 비용도 줄인다고 밝혔다. 정보 안전성도 확보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검사실의 생산성과 효율성도 향상된다고 설명했다. 로슈진단이 개발한 디지털 플랫폼은 현재 20국 4000여 검사실에 도입됐다. 다음은 디브-레클뤼 총괄과의 일문일답.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목적은 무엇인가.

“로슈진단에서 개발한 여러 디지털 솔루션(소프트웨어)과 기술이 한국에 있는 진단검사실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보러 왔다. 디지털 솔루션이 검사실 자동화를 이끌며 실제 진단검사실 환경에 상당히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한국은 로슈진단이 디지털 기술 영역에서 핵심적으로 주목하고 있는 14국 중 하나다. 이른바 퍼스트 무버(first mover·선도자)로 핵심 여론 주도자들이 활동하고 있는 주요 국가 중 한 곳이다.”

–검사실의 디지털화는 무슨 뜻인가.

“미래 진단 기술은 검사실 자동화와 질병의 조기 진단, 만성질환 환자의 자가 검사와 관리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디지털 전환이 상당히 중요하다. 대부분 진단검사실에서 디지털 전환을 꾀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은 검사실 운영 자동화, 효율화, 최적화를 실현해 검사 결과의 정확도와 속도를 높일 수 있다. 검사실의 반복적인 작업들을 최소화해 의료진이 한정된 시간 동안 보다 고차원의 가치가 높은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헬스케어 산업의 디지털 전환 속도는.

“다른 산업 분야와 비교하면 헬스케어 산업은 디지털화가 느린 편이다. 지난해 8월 하버드비즈니스이슈에 실린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헬스케어 관련 조직은 아직 15% 수준이다. 그러나 헬스케어 분야 리더의 64%가 디지털 기술이 헬스케어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헬스케어 디지털화는 보건의료 산업에서의 실제 업무 방식과 데이터 통합 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며, 가정이든 병·의원이든 환자를 위한 진료 환경 개선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검사실의 디지털화가 왜 중요한가.

“정확하고 신속한 진단이 있어야 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치료 방향을 빠르게 선택할 수 있다. 실제로 보건의료 산업 전체 의료비 지출액 중 진단검사 분야가 차지하는 비용은 3~5%에 불과하지만, 의학적 결정의 70%가량이 진단검사 결과에 의존하고 있다. 헬스케어 분야 데이터는 73일마다 2배로 늘어나고 있다. 가용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중 95%가 적절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단검사 데이터의 활용 가능성과 잠재력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기술을 잘 활용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디지털화가 의료 현장을 어떻게 바꿀 수 있나.

“몇몇 진단실에서는 질병을 조기 진단하는 측면에서는 적절한 비용으로 시행하는 선별 검사가 이미 진행되고 있는데, 여기에 디지털 알고리즘이 사용된다. 현재 의학적 지식이 일반의부터 특정 질환 분야의 전문의까지 보건의료 시스템 내 모든 단계의 의료 전문가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동일한 알고리즘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려고 하고 있다. 환자들이 일관성 있는 진단과 의료 서비스를 받도록 하기 위해서다.”

–디지털화가 가능한 데이터는 무엇인가.

“진단검사의학 분야에서의 데이터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환자에 대한 보건의료 데이터다. 다른 하나는 우리가 활용하고 있는 ‘진단검사실 운영 관련 데이터’다. 해당 검사실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가에 대한 것으로, 이에 기반해 검사실 운영을 최적화하면 검사 결과에 대한 신뢰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

–진단검사실의 효율을 얼마나 높일 수 있나.

“로슈진단의 디지털 솔루션 중 ‘네비파이 랩 오퍼레이션(navify Lab Operation)’을 활용하면 검체 접수 이후 결과 확인까지 전체 검사 분석에 소요되는 시간을 절반까지 단축시킬 수 있으며, ‘네비파이 인벤토리(navify Inventory)’ 솔루션은 검사실에서 사용되는 시약 등 여러 소모품을 효과적으로 관리해 검사실 재고 관리를 위한 수작업 같은 인력 소모를 84% 줄일 수 있다. 검사를 통해 발생하는 총 이익도 11% 늘린다.”

–로슈진단에서 개발한 기술은 얼마나 보급됐나.

“로슈진단이 개발한 디지털 검사실 기술은 전 과정에 적용되고 있다. 검사를 받기 위해 환자들이 병원에 찾아오지 않고, 환자가 있는 곳에서 진단과 검사가 이루어지는 환경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검사 장비의 소형화와 함께 디지털 솔루션의 개발이 이를 보다 원활하게 하고 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전세계에서 로슈진단 솔루션으로 진행된 검사만 해도 290억 건에 달한다. 검사 결과는 환자 본인과 환자가 지정한 보건의료 전문가가 항상 확인할 수 있다면 의료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수 있다. 병원에 방문한 순간만의 검사 결과가 아니라 그동안 진행됐던 검사 기록을 모두 조회할 수 있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료와 치료 결정을 하는 데 광범위한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이 검사실과 연계된 예를 들어 달라.

“당뇨병 환자의 연속혈당측정기(CGM) 활용을 들 수 있다. 이 기술 덕분에 환자들은 검사를 받기 위해 일상을 중단하고 일정 시간을 할애해 병원에 가는 과정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여기에 디지털 솔루션을 접목하면 일반의, 전문의, 약사 등 치료에 관여하는 모든 의료 전문가가 동일한 환자 데이터를 일관성 있게 확인할 수 있으므로 환자 역시 일관적인 데이터를 볼 수 있어 더 나은 치료 결과를 얻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로슈진단이 개발한 디지털 솔루션 ‘네비파이’. 검사실 전체를 디지털화 가능하다. 검체 접수 이후 결과 확인까지 전체 검사 분석에 소요되는 시간을 절반까지 줄일 수 있다./로슈진단

–로슈진단 디지털 솔루션이 특히 필요한 곳이 있나.

“로슈진단이 제공하고 있는 ‘네비파이’ 포트폴리오는 모든 종류 검사실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솔루션 30여 개가 들어 있다. 공공 병원이나 민간 병원, 소규모 또는 대규모 검사실 모두 모니터링과 정도 관리가 필요하므로 이에 관련한 솔루션은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고, 나머지 솔루션 역시 검사실 규모, 검사의 복잡성과 난이도에 따라 적절히 선택해 적용하면 된다. 단순히 정확한 검사 결과를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검사 결과를 토대로 임상의가 환자에게 필요한 다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인사이트 제공까지 가능하다.”

–디지털 솔루션은 각각 따로 운영되나.

“각각의 디지털 솔루션들은 모두 독립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상호호환이 가능하다. 기존 솔루션을 운영하다가 다른 솔루션을 추가하더라도 인프라와 정보를 동일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일부 솔루션은 실시간 성능 보장을 위해 현장 설치로 제공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클라우드(cloud·가상 서버)를 기반으로 한다. 이러한 경우 로슈진단이 애플리케이션의 데이터 보안, 성능 및 유지 관리의 책임을 맡아 관리하고 있다.”

–한국은 디지털 강국이지만, 의료 현장은 업무 강도가 높다.

“한국은 전자, 디지털 솔루션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선두 국가 중 하나이다. 디지털 환경 자체가 상당히 잘 발달해 있다. 디지털 분야의 리더들이 혁신을 수용할 준비도 돼 있을 뿐만 아니라 기술의 실용적 도입과 사용에 대한 목표 의식 하에 다양한 아이디어가 공유되는 환경이라는 점이 상당히 고무적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로슈진단의 디지털 솔루션은 검사실 자동화와 운영 효율화 측면에서 도움을 줄 수 있어 한국 보건의료 인력의 업무 부담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 디지털 생태계가 어떻게 형성될까.

“가장 이상적인 디지털 헬스케어 환경과 생태계는 그 어떤 회사도 혼자 실현할 수 없다. 이에 관련된 모든 주체들이 함께 힘을 합쳐야만 헬스케어 분야에서의 진정한 디지털 전환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소위 말하는 ‘오픈 에코시스템(Open Ecosystem·개방형 생태계)’이 필요한 이유다. 개별 환자들이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려면 글로벌 기업뿐만 아니라 한국의 로컬 기업들도 함께 참여해 데이터의 상호보완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오픈 에코시스템은 로슈진단의 디지털 전략에서 매우 중요한 한 축이다. 예를 들어 로슈진단의 디지털 인프라와 접목해 환자 경험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고, 로슈진단 솔루션과 함께 구동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기업이라면 분야에 관계없이 환영한다. 글로벌 기업의 자원과 국내 기업이 보유한 현지 시장에 대한 고도화된 지식과 경험이 결합된다면 환자와 의료진 모두를 위한 최상의 상호보완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