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탁액으로 본 세포 이미지. 분홍색은 세포막, 파란색은 세포핵, 노란색과 녹색은 내부 세포가 염색된 것이다./Wellcome Sanger Institute

엄마 뱃속 태아의 피부를 분석한 ‘인간 피부 지도’가 완성돼 탈모와 흉터로 고민하는 환자들에게 희망을 안겼다. 과학자들이 성인 피부 줄기세포로 인공장기인 오가노이드(Organoid)를 만들어 피부 발달과 모발 형성 과정을 밝혔다. 이번 연구는 피부 노화의 원인을 찾고, 인공 피부를 개발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무즐리파 하니파(Muzlifah Haniffa) 영국 뉴캐슬대 의대 피부과 교수 연구팀은 “피부 형성 과정과 질병으로 인한 변화를 이해할 수 있는 인간 피부의 단일 세포 아틀라스(atlas·지도)를 개발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16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세포 아틀라스는 줄기세포 안에 있는 DNA 유전자부터 이를 복제해 단백질을 합성하는 RNA, 대사회로에 참여하는 대사물질까지 모드 생체분자를 단일 세포 수준으로 구현해 신체 기관의 종류·상태·기능을 공간적으로 나타낸 것을 말한다. 일종의 ‘세포 지도’인 셈이다. 연구팀은 사람 유전자를 분석해 피부 세포 아틀라스를 만들었다.

연구팀은 성인의 줄기세포를 이용해 모낭이 있는 피부 오가노이드를 만들었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장기와 유사한 입체 구조로 배양한 것으로, 미니 장기(臟器)라고 불린다. 피부 오가노이드는 성인 줄기세포로 만들었지만, 태아기 피부와 더 유사한 성질을 가졌다.

특히 오가노이드와 태아기 피부는 면역세포인 대식세포에 대한 반응이 비슷했다. 대식세포는 감염된 세포나 비정상적인 단백질을 분해하고, 이 과정에서 염증을 일으키기도 하는 면역세포다. 연구팀이 오가노이드와 태아기 피부에 대식세포를 넣자, 혈관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대식세포가 면역 외에 혈관을 성장시켜 피부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또 대식세포는 태아기에 손상된 피부가 회복하면서 흉터가 생기지 않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흉터 없이 상처가 회복되면 모낭도 다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흉터성 탈모를 해결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이번에 개발된 아틀라스는 선천적인 모발과 피부 장애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를 찾아내는 데 활용된다. 태아의 대식세포는 정자와 난자가 수정된 6주 후부터 피부에 존재한다. 이후 모낭과 피지선이 발달하는데, 이때 염증과 관련된 유전자들이 발현한다. 연구팀은 아틀라스를 분석해 태아의 피부에서 나타나는 선천적 모발·피부 장애 관련 유전자를 조절하는 방법을 찾아낸다.

이번 연구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웰컴 생어 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인간 세포 아틀라스(Human Cell Atlas)’ 프로젝트로 진행됐다. 영국, 미국, 스웨덴 연구진이 참여했다. 인간 세포 아틀라스 프로젝트는 운영 8년 만에 인간 세포 1억 개를 분석했다. 현재 뇌·폐·피부 세포 지도를 만들었고 신장과 간, 심장 세포를 연구하고 있다.

참고 자료

Nature(2024),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4-08002-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