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도부터 미국에서 상승 곡선을 그리던 성인 비만율이 지난해 처음으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에서 비만율이 가장 높은 미국이 감소세를 보인 것은 위고비·젭바운드 같은 비만 치료제 사용이 확대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미국 국민건강 영양조사(US National Health and Nutrition Examination Survey) 결과에 따르면 미국 성인 비만율은 2000년 30.5%에서 2020년 41.9%로 증가한 이후, 2021~2023년 약 2%포인트 하락한 40.3%로 나타났다. CDC는 이번 조사에 임상 현장에서 검진을 통해 체중과 신장을 측정한 데이터를 사용했다.
연구진은 비만 신약 출시를 감소세의 주요 배경으로 보고 있다. 위고비·젭바운드 등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의 체중 감량 약물은 임상시험을 통해 체중을 줄이고, 장기간 유지할 수 있다는 효능이 입증됐다. 그동안 미국 성인 8명 중 1명이 위고비·젭바운드를 사용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지난 4일(현지 시각) “그간 다양한 조치에도 개선이 어려웠던 비만 문제를 신약 개발 혁신으로 해결했다”며 “수십 년간 캠페인, 공중 보건 경고, 세금 혜택, 금지 조치 등으로 흡연율 감소가 서서히 이루어진 것과도 대비된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CDC 차원에서 소아 비만 예방, 치료 전략 개발 등 다양한 비만 예방·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세계비만학회는 최근 전 세계 성인 기준 비만 인구가 8억명에 달하고, 특히 미국은 비만율이 30%를 넘겨 전체 비만 인구가 1억명을 넘었다고 보고했다.
FT는 “독보적인 소비 문화로 다른 나라들보다 성인 비만율이 훨씬 높았던 미국에서 감소세가 확인된 것은 매우 흥미로운 전개”라며 “이는 비만 신약이 미국에서 먼저 널리 쓰인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에서 나타난 성인 비만율 감소세는 곧 전 세계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위고비 개발사인 노보 노디스크가 있는 덴마크도 지난해 말 기준 비만율 상승이 거의 멈췄고, 일부 연령대에서는 비만율이 하락했다. 덴마크 성인의 3%가 위고비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 치료제가 한국에 출시되면 국내 성인 비만율에도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성인 비만율은 지난 2019년 33.8%에서 2022년 37.1%로 상승했다. 성인 3명 중 1명꼴로 비만 위험에 노출된 것이다.
지난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받은 위고비는 이달 중 국내 출시될 예정이다. 미국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 역시 지난 7월 허가를 받은 뒤 마운자로라는 제품명으로 국내 출시를 위한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