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돈행 넥스트바이오메디컬 대표가 지난달 25일 인천 연수구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 대표는 "약물을 실을 수 있는 치료재료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송복규 기자

최근 한 바이오 기업이 여의도 증권가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지난 8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의료기기 제조업체 넥스트바이오메디컬(389650)이다. 인하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인 이돈행 대표는 의사로 근무하며 내시경 검사와 시술에서 불편했던 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2014년 이 회사를 설립했다. 넥스트바이오메디컬 주가는 지난 2일 종가 기준으로 공모가 대비 34.1% 올랐다.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은 내시경 지혈재(材)와 색전술 치료재 같은 치료재료를 만들어 납품한다. 내시경 지혈재는 내시경 시술 도중 위와 대장에 생긴 상처에 뿌리면 분말이 젤로 바뀌면서 출혈을 잡는다. 색전술 치료재는 염증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을 막는 작은 젤라틴 미립구(微粒球)로, 신경세포를 없애고 2~6시간 안에 사라진다. 혈관을 막는 게 목적이지만, 기존 치료재는 필요 이상으로 오래 몸에 남아 혈관을 계속 막는 단점이 있다

내시경 지혈재 제품인 넥스파우더는 2022년 위 내시경 출혈을 지혈하는 목적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미국 의료기기 기업 메드트로닉이 한국과 중국, 일본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판권을 사들여 넥스파우더를 판매하고 있다. 메드트로닉은 넥스파우더 인허가 비용에 드는 비용을 지원하고, 제품 품질을 올리기 위한 지원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만큼 넥스파우더가 전 세계 내시경 지혈재 시장을 지배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대표는 다시 한 번 FDA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은넥스파우더를 대장 내시경 출혈 예방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FDA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장 내시경 출혈 예방 목적의 내시경 지혈재는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이 처음 개발했다. 또 무릎이나 팔꿈치, 어깨 같은 관절 부분 통증을 없애는 색전술 치료재 넥스피어에프는 지난달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았다. 넥스피어는 유럽 의료기기 인증을 받고 이미 수출을 시작했다.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이 개발한 내시경 지혈재 '넥스파우더'./넥스트바이오메디컬

이 대표는 지난달 25일 인천 연수구 본사에서 의료기기 완제품을 수출하는 회사로서 자부심을 보였다.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은 인천 연수구 사옥에 구축한 생산시설에서 넥스파우더를 연간 30만개 만들 수 있다. 매출액으로 치면 1000억원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회사의 올해 매출액은 120억원으로 예상되는데, 지난해(49억원)의 두 배가 넘는다. 미국의 경우 연간 180만명이 위장관 출혈로 응급실에 오는 만큼, 매출의 80% 이상이 수출액이라는 점도 고무적이다.

이 대표는 치료재료에 약물을 실을 수 있는 새로운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이 대표는 “넥스파우더를 위와 대장의 출혈 부위에 사용하니 염증 반응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며 “고분자들이 약물의 화학반응에 참여해 여러 기능을 갖는 점도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넥스파우더와 넥스피어에 약물을 실어 출혈과 통증 잡는 것은 물론, 치료도 할 수 있는 치료재료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넥스파우더가 장 내시경 지혈재로 올릴 매출은.

“미국도 한국처럼 건강검진을 통해 대장 내시경 검사를 하는데, 매년 750~800만건에서 용종이 발견된다. 여기서 10%인 70~80만 건은 용종이 커서 출혈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대장은 얇아서 기존 지혈술인 클립으로 피를 멈추기엔 위험하다. 장 내시경으로 용종을 제거할 때 넥스파우더가 쓰인다면 매출은 두 배 이상 뛸 것으로 예상한다.”

–넥스파우더의 핵심기술은 무엇인가.

“넥스파우더는 미국에서 재구매율이 80%이다. 분말은 덱스트린과 폴리아민이라는 고분자를 사용한다. 평소엔 가루 형태이지만 수분을 만나면 바로 젤로 바뀐다. 분말은 잘 뿌려지면서도 접착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걸 조절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또 하나는 분말을 내뿜는 분사기의 적절한 압력이다. 압력은 6psi(프사이·1psi는 약 0.06기압)이다. 압력이 너무 세면 분말이 너무 흩날려 출혈 부위를 제대로 덮지 못한다. 분사기의 버튼만 누르면 지혈재가 출혈 부위에 잘 뿌려지기 때문에 사용이 쉽다.”

이돈행 넥스트바이오메디컬 대표가 지난달 25일 인천 연수구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 대표는 "약물을 실을 수 있는 치료재료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송복규 기자

–넥스파우더의 새로운 효과도 있다는데.

“흔히 용종을 떼어내면 열이 나는 환자들이 있다. 넥스파우더로 지혈하면 열이 잘 나지 않았다. 항염증 작용이 있어서다. 넥스파우더를 이루는 성분 중 폴리아민이 있어서 아민 계열의 약물을 같이 뿌리면 반응이 더 잘 일어났다. 이 부분은 추가 임상시험을 통해서 상업화할 계획이다.”

–일본 기업과의 넥스피어 계약은 어떻게 됐나.

“기업명을 밝힐 수는 없지만,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일본 기업과 판권 계약을 하면서 FDA 자료를 넘기기로 했는데, FDA가 요구하는 자료가 많아지면서 조금 늦어졌다. 아무래도 몸속에서 분해되는 유일한 색전술 치료재라 여러 가지 자료를 요구했다. 넥스피어는 100~300㎛(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 크기로, 근골격계 통증에 1차 치료로 쓸 수 있다. 앞서 인증을 받은 유럽에서 먼저 쓰이고 있는데, 반응이 좋다.”

–의료기기 개발에서 신경 썼던 부분은.

“일단 사용하기 편해야 한다. 넥스파우더는 분말의 점도부터 분사기의 압력까지 하나하나 실험하면서 만들었다. 심지어 분사기에 달린 일회용 캐뉼러(삽입관) 강도를 정하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했다. 의사들은 우월하지 않거나 긍정적인 게 없으면 절대 쓰지 않는다. 친한 사이여도 좋다는 이야기를 안 할 정도다. 임상하는 의사들의 반응이 제일 중요하다.”

–회사의 미래 먹거리는 무엇인가.

“가지고 있는 기술을 플랫폼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내시경 지혈재와 색전술 치료재에 진통제나 염증을 억제하는 스테로이드를 실으면 목표 부위에서 녹으면서 기존 의료기기로는 할 수 없는 약효를 발휘할 수 있다. 의료기기와 의약품 기술을 접목하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이 개발한 색전술 치료재 '넥스피어'./송복규 기자

–현재 생산시설이 송도에 있다. 확장 계획은 있나.

“지금 상태로는 2026년까지는 제품을 충분히 송도에서 생산할 수 있다. 기존 바이오 회사들과 달리 우리는 완제품을 수출하는 회사다 보니 수출 상황을 보고 생산시설을 더 늘릴 수도 있다.”

–주주들의 기대가 크다. 회사의 비전을 말해달라.

“의료기기는 한국이 글로벌 시장으로 갈 가능성이 큰 분야라고 생각한다. 넥스파우더는 글로벌 1위 업체가 팔고 있고, 넥스피어도 외국 회사들이 관심을 갖고 판매 중이다. 의료기기는 틈새시장처럼 새로운 개념의 치료재를 개발하면 충분히 전 세계로 갈 수 있을 만큼 다양하다. 지금까지 확보한 경험과 기술을 가지고 새로운 개념의 기술을 만들어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