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속에 든 지질 분자의 구성을 분석해 제2형 당뇨병과 간 질환, 심장 질환 등 위험을 찾아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혈액 검사가 잠재적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을 찾아내는 조기 경보 시스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가디언지는 20일(현지 시각)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연구진이 어린이의 혈액 내 지질 구성을 분석해 신진대사와 관련 있는 질병을 찾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그간 학계에서는 지질 중에서도 소위 ‘나쁜 콜레스테롤’이라 불리는 저밀도 콜레스테롤(LDL)에 주목해왔다. 좋은 콜레스테롤(HDL)과 LDL의 비율이 비만과 대사 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킹스칼리지런던 연구진은 이것에 의문을 품었다. 체중이나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뿐 아니라 혈압, 다른 지질 분자의 비율 등이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연구진은 질량분석법을 이용해 혈액에는 수천 가지나 되는 지질 분자가 있으며 각각 다른 기능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진은 과체중 또는 비만인 아동 958명과 정상 체중인 아동 373명의 혈액 샘플을 통해 이들의 지질 분자 구성을 분석했다. 그리고 비만 아동 186명을 대상으로 1년간 체중 감량을 하도록 관리했다. 그리고 이들의 지질 분자 구성을 다시 분석했다.
그 결과 체중 감량을 한 비만 아동들은 정상 체중인 아동과 비슷하게 지질 분자 구성이 달라졌다. 가령 원래보다 세라마이드가 증가하고 리소포스포지질과 오메가-3 지방산이 감소했다. 세 분자는 인슐린 저항성과 혈압, 간 지방증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이렇게 혈액 내 지질 분자 구성을 분석하면 당뇨병과 간 질환, 심장 질환 위험을 예측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크리스티나 레기도퀴글리(Cristina Legido-Quigley) 킹스칼리지런던 시스템의학그룹장은 “간단한 혈액검사 만으로도 지질을 분석해 질병 위험을 알 수 있다”며 “어린이의 질병 초기 징후를 더 빨리 발견할수록 그만큼 더 빨리 치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에는 몸속 지질 분자를 바꿈으로써 당뇨병 같은 대사질환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진은 유전적 요인이 지질 분자 구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건강을 개선하기 위해 지질 분자 구성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추가 연구를 할 계획이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 20일자에 실렸다.
참고 자료
Nature Medicine(2024), DOI: https://doi.org/10.1038/s41591-024-03279-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