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치료제가 원숭이의 뇌 노화를 늦추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학계는 당뇨병 치료제가 향후 인간의 노화도 늦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과학원 연구진은 수컷 원숭이에게 당뇨병 치료제 성분인 메트포르민을 투여한 결과 노화 관련 뇌 기능 저하가 현저히 느려졌다고 지난 12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셀(Cell)’에 발표했다.
메트포르민은 60년 넘게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치료제로 사용됐다. 당뇨병 외에도 다양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암, 심혈관 질환, 노화 등에 대한 과학계의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연구진은 인간과 특성이 비슷한 고령의 수컷 긴꼬리원숭이 12마리에게 당뇨병 치료제 성분인 메트포르민을 투여해, 고령 원숭이 16마리와 어리거나 중년의 원숭이 18마리를 대조군으로 비교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원숭이 12마리에 매일 투여하며 40개월 동안 관찰했는데, 이는 인간으로 치면 약 13년에 해당하는 기간이다.
그 결과 메트포르민을 투여한 원숭이는 다른 원숭이보다 뇌 기능이 쇠퇴하는 속도가 확연히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신경 활동도 약 6년 어린 원숭이와 비슷했다. 사람으로 치면 18년 더 젊어진 셈이다. 원숭이의 인지 능력이 향상되고 간 기능도 유지됐다.
연구진은 이 약물이 폐, 신장, 간, 피부, 뇌 전두엽을 포함한 많은 조직의 생물학적 노화를 늦추는 것을 관찰했다고 밝혔다. 또한 노화의 주요 특징인 만성 염증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광회 리우(Guanghui Liu) 중국과학원 교수는 “메트포르민이 원숭이의 장기 나이를 되돌릴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메트포르민은 세포를 손상으로부터 보호하는 항산화물질인 NRF2 단백질을 활성화시켜 뇌 노화를 늦춘다”고 말했다.
원숭이가 인간과 같은 영장류라는 점에서 인간도 뇌를 회춘할 길이 열렸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리우 교수는 “이번 결과는 고무적이지만, 메트포르민이 인간에게 항노화 약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리우 교수 연구진은 독일 제약사 머크와 환자 120명을 대상으로 메트포르민이 인간의 노화를 지연시키는지 알아보기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참고 자료
Cell(2024), DOI: https://doi.org/10.1038/d41586-024-02938-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