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치료제 공급난까지 벌어지면서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들에게 감기약을 대신 처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코로나19 입원환자 수는 지난 6월 말부터 늘어나기 시작해 8월 2주차(11~17일)에 정점을 기록했다. 이 기간 병원급 이상 표본감시기관 220곳의 코로나19 환자는 총 1357명으로 전주(869명)보다 488명(56.2%) 증가했다. 4주 만에 6배나 늘어난 수치다.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자 최근 한 달간 코로나19 치료제의 사용량도 40배 이상 치솟았다. 의료 현장에서는 팍스로비드, 라게브리오 등 코로나 치료제의 재고가 소진돼 품귀 현상까지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의료기관에서는 기침감기약 또는 인후질병치료제를 대신 처방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서울 중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한 약사는 “지난달엔 코로나 치료제 처방을 받아오는 환자가 더러 있었는데, 최근에는 항생제나 타이레놀 같은 감기몸살약을 처방받는 환자가 절반가량 된다”고 말했다.
약국 데이터 분석 서비스인 케어인사이트에 따르면 코로나19 재유행이 본격화한 6월 말부터 판콜·팜플루 등 기침감기약 판매량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8월 첫째 주(4~10일)에 판매액이 전주 대비 9.4% 늘어나면서 폭증했다.
인후질병치료제 판매액은 전주보다 8.9%, 타이레놀 500㎎을 비롯한 해열진통제 판매액은 전주보다 12.8% 늘었다. 지난 1~8일 편의점 CU의 감기약을 비롯한 안전상비약 매출도 전월 대비 31.6% 증가했다.
이 기간 전국 약국·의료기관에서 신청한 코로나 치료제는 총 19만 8000명 분이지만 공급량은 불과 16%인 3만 3000명 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치료제가 부족해지자 증상이라도 줄일 다른 약들이 대체제로 팔린 것이다.
질병청은 코로나 확진세에 따른 치료제 수요 예측에 실패했다며, 26만 2000명 분의 치료제를 추가 구매하기 위한 예산비를 확보했다. 다음 주부터 전국의 의료현장에 공급해, 이달 말에는 수급을 안정화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