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때 영유아였던 어린이들, 일명 '코로나둥이'가 다른 세대보다 말과 행동, 인지능력 등에서 발달이 늦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유행 동안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일이 실제로 확인된 것이다.
서울대병원과 국립중앙의료원 등 국내 연구진은 국가건강검진프로그램에 등록된 어린이 185만543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대한의학회지(JKMS)' 지난달 25일자에 냈다.
연구진은 코로나19 대유행 전인 2018~2019년과, 대유행 기간인 2020~2021년에 영유아였던 어린이들을 각각 9~17개월, 18~29개월, 30~41개월, 42~53개월, 54~65개월 등 5개 그룹으로 나눴다. 그리고 국내 영유아라면 반드시 주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영유아건강검진 발달선별검사(K-DST) 결과를 토대로 각 그룹의 발달 결과를 비교했다.
기어다니기와 걷기, 뛰기 등 '대근육 운동', 손가락으로 물건 집기 등 '소근육 운동', 말 등 '의사소통', '인지능력', '사회적 상호작용', '스스로 하기'의 6가지 기본 영역에서 '좋음', '추적 검사 필요', '상세한 검사 필요' 등 3가지로 점수를 매겼다. 이 중 추적 검사 필요와 상세한 검사 필요는 비슷한 개월수인 보통 어린이에 비해 발달이 늦다는 뜻이다.
그 결과 모든 영유아 그룹에서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말(의사소통)과 인지능력, 사회적 상호작용, 운동기능 등 발달이 지연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두드러지게 차이가 난 것은 말이었다. 연구진이 통계적으로 조절한 수치가 1.0에 가까울수록 다른 세대와 발달 속도가 비슷한데, 코로나둥이들은 1.19~1.23으로 다소 늦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인지능력 발달은 연령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가장 어린 그룹은 이 수치가 1.02로 코로나19 대유행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18개월~65개월 영유아는 1.11~1.17로, 그 영향을 많이 받아 발달이 다소 늦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상호작용 역시 53개월 이하 영유아에서 이 수치가 1.11~1.20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대유행 영향을 받아 어린이들의 상호작용 발달이 늦어졌음을 뜻한다.
특히 사회경제적으로 어렵거나 어머니가 외국인인 다문화 환경에서 자란 어린이일수록 모든 영역에서 발달 지연 위험이 더 크게 나타났다. 이들 어린이는 6개 영역 모두에서 발달이 늦어졌다.
연구진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국가적으로 의무 수칙이었던 비약물적인 개입이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사회적 상호작용과 감각적 경험을 막아 발달을 늦췄다고 분석했다. 이 기간 동안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착용했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폐쇄하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됐다.
이 때문에 어린이들이 다른 사람의 입모양을 보고 말을 배우거나, 다른 사람과 말·행동·감정 등을 나누며 상호작용을 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셈이다. 반대로 말하면 영유아 때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일이 언어, 행동 발달과 사회화에 지극히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연구진은 대근육 운동과 소근육 운동, 스스로 하기까지도 영향이 있는 만큼 코로나19 대유행이 예상보다 더욱 다양한 발달 영역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대유행 기간 동안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탐험적 놀이와 사물과의 상호작용 역시 부족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영유아기는 특히 언어와 사회적 상호작용 발달에 있어 중요한 시기인 만큼 우려스럽다"며 "어릴수록 뇌에 강력한 회복 잠재력이 있으므로 코로나둥이들을 위한 표적 개입과 발달 지원 프로그램을 국가적으로 개발해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다문화 가정 등 불리한 환경에서 자라는 어린이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향후 더 긴 기간 동안 더 넓은 연령대에서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발달이 늦어진 어린이와, 다른 세대 어린이들을 비교하는 추가 연구를 할 계획이다.
참고 자료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2024), DOI: https://doi.org/10.3346/jkms.2024.39.e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