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 같은 정설을 뒤집는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소량이라도 음주는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이다./픽사베이

‘하루에 한 잔 술이 건강에 좋다’는 속설이 있다. 적당한 음주가 금주보다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춘다거나 수명을 연장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사실은 정반대로 나타났다. 아무리 소량이라도 음주는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이다.

스페인 마드리드 자치대 연구진은 12일(현지 시각) “음주는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적당하거나 적은 양을 마셔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특히 사회경제적으로 지위가 낮은 사람에게는 더 큰 피해를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미국의사협회(JAMA) 네트워크 오픈’ 12일자에 실렸다.

연구진은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60세 이상 13만 5103명의 의료 정보를 분석했다. 이들이 하루에 마시는 술의 평균 섭취량에 따라 최저위험군, 저위험군, 보통위험군, 고위험군 등 4개 그룹으로 나눴다. 최저위험군은 하루에 알코올을 2.86g 이하를 섭취한다. 와인 4분의 1잔을 마시는 정도이고, 고위험군은 남성의 경우 하루 알코올 40g을 섭취하는 정도로 생맥주 2잔 정도를 마신다. 그리고 이들이 암이나 심혈관질환, 또는 원인에 관계 없이 사망할 위험을 분석했다.

그 결과 고위험군은 최저위험군에 비해 원인에 관계 없이 사망 위험이 33% 더 높게 나타났다. 암이나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할 위험도 더 높게 나타났다. 보통위험군은 최저위험군에 비해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10% 높았다. 암이나 심혈관질환으로 인해 사망할 위험이 15% 더 높았다. 심지어 저위험군도 최저위험군에 비해 암이나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11%나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로사리오 오르톨라(Rosario Ortolá) 마드리드자치대 예방의학·공중보건학과 연구원은 “술은 딱 한 잔만 마셔도 암 위험, 사망 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건강을 위해서 술을 권장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추가 연구를 통해 최저위험군 또는 저위험군에 속하더라도 사회경제적 지위가 상대적으로 낮은 사람은 건강에 더 나쁜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오르톨라 연구원은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계층은 동일하거나 더 적은 양의 술을 마셔도 건강에 대한 악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며 “건강하지 못한 생활방식과 의료 서비스에 대한 낮은 접근성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건강이 나쁜 노인은 술과 상호작용하는 약물을 복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고, 알코올에 대한 내성이 적어 술에 더 취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콜린 앵거스(Colin Angus) 영국 셰필드대 의학·공중보건학과 수석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소량의 음주도 암 발생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사람들에게 음주 악영향이 더 큰 이유를 알아내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도 적당한 술이 건강에 좋다는 속설이 잘못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빅토리아대 연구진이 음주 습관과 수명에 대한 연구 결과 107건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연구에서 금주자는 건강이 나빠서 술을 끊었거나 줄인 사람들이 포함됐음을 밝혀냈다. 이미 건강이 나빠져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과, 술을 적당히 마시는 건강한 사람을 비교한 탓에 적당한 음주가 건강과 수명 연장에 도움이 된다고 잘못 분석됐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알코올·약물연구저널’ 7월호에 실렸다.

참고 자료

JAMA Netw Open(2024), DOI: https://doi.org/10.1001/jamanetworkopen.2024.24495

Journal of Studies on Alcohol and Drugs(2024), DOI: https://doi.org/10.15288/jsad.23-002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