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의 연이은 사직으로 7월 한달 간 응급실 단축운영이 결정된 강원 속초의료원 응급의료센터 정문에 단축운영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스1

전국 곳곳의 응급실이 응급의학과 전문의·전공의 부족으로 운영이 중단·축소됐다.

충남 천안의 순천향대 천안병원은 16일 통합응급의료정보 인트라넷 종합상황판에 “인력 공백으로 인한 응급실 진료 전면 불가”를 공지했다. 우선 이날 오전 8시부터 오는 17일 오전 8시까지 24시간 동안 운영이 중단되고, 17∼21일에는 저녁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야간 시간대 운영이 중단된다. 이에 따라 심근경색, 뇌출혈, 중증 화상, 분만 등 27개 중증 응급질환 진료를 받을 수 없다. 21일 이후에는 정상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병원 관계자는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응급의학과 전문의 8명 중 4명이 사직서를 제출해 응급실을 24시간 운영할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그중 1명은 유학을 이유로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3명의 사직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병원 측이 한 교수를 초빙하기로 하자 전문의들이 이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병원은 사직 전문의들을 복귀시키기 위해 새 교수 초빙을 백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측은 아직 전문의들의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들이 이번 주 안에 복귀할 수 있도록 설득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대체 인력 충원도 알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도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최근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병원 응급의학과는 전문의가 6명 있었는데, 이미 한 명이 육아휴직으로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또 한 명이 응급실을 떠나자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부터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5명 충원하겠다며 모집 공고를 냈으나 아직 지원자가 충분히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강원도의 도립 속초의료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5명 중 2명이 사직하면서 이달 응급실을 제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이미 지난 8~10일, 14일 응급실을 운영하지 않았고 오는 22~24일도 응급실 운영을 중단할 예정이다. 한 달 중 7일이나 응급실이 닫힌 셈이다. 속초의료원 측은 “조속한 기간 내 정상 운영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면서 경증 환자의 경우 지역 내 14곳의 병·의원으로 이송해 인원 부족에 대응하기로 했다.

한편 보건복지부가 전공의 복귀·사직 결정 마감일인 전날까지 수련병원에 전공의 복귀 여부를 확인한 결과, 전날 정오 기준 전체 211곳 수련병원 전공의 중 출근자는 1만 3756명 중 1155명으로 출근율은 8.4%에 그쳤다. 지난 12일의 1111명과 비교해 44명 늘었을 뿐이다. 응급실의 높은 근무 강도와 법적 리스크로 응급의학과 지망자가 격감하던 와중에 전공의들의 이탈까지 장기화·고착화하면서, 앞으로 응급실 운영에 차질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