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세포(녹색)가 암세포(파란색)를 공격하는 모습./미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

완벽한 치료제가 아직 없는 악성 뇌종양을 어린이 환자의 면역세포로 맞춤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미국 연구진들이 ‘미만성 뇌간교종’이라는 악성 뇌종양을 ‘키메릭 항원 수용체 T(CAR-T)세포 치료제’로 치료하는 임상시험에 성공했다”고 12일(현지 시각)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 2일 미국 필라델피아 소아신경종양학 국제 심포지엄에서 발표됐다.

CAR-T세포 치료제는 인체 면역체계의 주력군인 백혈구 T세포를 뽑아내고 암세포와 결합하는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추가해 항암 효과를 극대화한 것이다. CAR-T세포 치료제를 다시 환자의 몸속으로 주입하면 암세포만 골라 공격해 없앤다.

미국 워싱턴대 의대 시애틀어린이병원 연구진은 미만성 뇌간교종을 앓는 어린이 21명을 대상으로 CAR-T세포 치료제를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암세포에서 주로 발견되는 특정 단백질 B7-H3를 표적으로 공격하는 CAR-T세포를 만들어 다시 환자의 뇌 주변 체액에 주입했다.

미만성 뇌간교종은 뇌종양 중에서도 최고 악질로 꼽힌다. 종양이 생긴 뇌간은 뇌 한가운데 있어 수술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술 없이 방사선 치료와 항암 치료에 의존해야 했다. 환자의 평균 생존 기간이 약 13개월 정도다.

시애틀어린이병원의 임상시험 결과 단 한 명만 치료 자체에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났고, 다른 어린이들은 평균보다 오래 살았다. 니콜라스 비탄자 시애틀어린이병원 소아신경종양학과 교수는 “현재 5세 환자가 2주마다 CAR-T세포 치료제를 70회 이상 맞아왔다”며 “임상시험에 참여한 아이들 중 가장 나이가 어린 만큼 치료 효과는 가장 크다”고 말했다.

CAR-T세포 치료제를 만드는 과정./Malaghan Institute of Medical Research

CAR-T세포 치료제는 주로 백혈병, 림프종 같은 혈액암을 치료하는 데 쓰인다. 지금까지 개발된 치료제도 모두 혈액암 치료용으로 미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다. CAR-T세포가 혈류를 따라 몸속을 돌아다니며 암세포를 찾아 공격하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반면 간암, 폐암 등 고형 장기에 생긴 암은 치료하기가 까다롭다. 고형암은 세포마다 돌연변이가 다르고 그에 따라 치료 효과도 다르다. 또한 T세포가 고형암 조직에 들어가기가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시애틀어린이병원 연구진은 앞서 쥐 실험을 통해 CAR-T세포 치료제가 미만성 뇌간교종 치료에 효과가 있음을 밝혀냈다. 이어 이번에 어린이 대상 임상시험에서도 효과를 확인했다.

비탄자 교수 연구진은 현재 뇌와 척추 종양에서 주로 발견되는 분자 4가지를 표적으로 하는 CAR-T세포 치료제를 만들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표적이 많을수록 치료 효과가 더 커질 것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적군을 구별하는 눈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앞서 CAR-T세포 치료제 임상시험에서 뇌종양 세포의 다른 표적을 공략한 연구진도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연구진도 미만성 뇌간교종을 치료하기 위한 CAR-T세포 치료제를 개발해 임상시험 했다. 연구진은 2022년 네이처에 뇌암에서 주로 발견되는 GD2를 표적으로 하는 CAR-T세포 치료제를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CAR-T세포 치료제를 어린이 9명에게 임상시험한 결과 4명에서 종양 크기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이 중 1명은 첫 치료 후 30개월 이상 암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를 유지했다.

CAR-T세포 치료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원천 차단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은 뇌에 들어갔을 때만 암세포를 찾도록 강화된 CAR-T세포 치료제를 개발했다. 지난 6월부터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연구진은 T세포가 필요한 곳에서만 치료 효과를 내야 그만큼 다른 데서 부작용을 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탄자 교수는 “뇌암을 치료하는 CAR-T세포 치료제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며 “연구자들이 이 치료법을 강화하는 방법을 찾아내 20년 뒤에는 훨씬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참고 자료

Nature(2024), DOI: https://doi.org/10.1038/d41586-024-02255-2

Nature(2022),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2-0448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