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열이 오래 가고 잦은 기침 같은 폐렴 증상을 보여 입원하는 어린이 환자가 늘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달 24일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을 앓는 어린이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며 유행주의보를 발령했다. 이날 기준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환자는 4주 동안 1.7배나 증가했다. 최근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전문의들은 고열, 기침으로 외래를 찾는 환자 절반 이상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환자로 본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Mycoplasma pneumoniae)에 감염돼 발생하는 급성 호흡기 감염증이다. 침방울이나 콧물 등 비말을 직접 만지거나 호흡기로 흡입하면 전염된다. 초기 몇 주 동안은 섭씨 38~40도 고열이 지속되고 콧물과 인후통, 가래, 잦은 기침이 나타나다가 결국 폐렴으로 번진다.
전체 폐렴의 10~30%가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이다. 대다수 환자가 12세 이하다. 올해도 12세 이하 어린이가 전체 입원 환자의 77.7%를 차지한다. 임성민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소아 병동에 폐렴으로 입원하는 환자는 원인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인 경우가 점차 늘고 있다”며 “대부분 외래에서 1차 항생제 치료를 해도 발열, 기침 등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입원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전에도 주기적으로 유행했다. 국내에서는 2015년, 2019년, 2023년에 유행했다. 지난해 겨울에 유행을 하고도 약 반년 만인 올 여름 다시 환자가 급증한 셈이다.
이지현 이대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4~5년 주기로 유행하는데 국내에서는 2019년에 극심하게 유행했다”며 “지난 겨울과 올 여름이 주기상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이 유행하는 시기이므로 환자가 급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한 지난 3년 동안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마스크 착용 등으로 감기조차 유행하지 않았다”며 “호흡기 감염질환에 대한 면역력이 떨어진 탓에 지금처럼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이 유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성민 교수는 “1996~1997년, 2006~2007년에도 1년 이상 연이어 유행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다만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호흡기 바이러스들이 과거와 다른 패턴으로 유행하고 있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의 유행 패턴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클래리스로마이신과 아지스로마이신 같은 마크로라이드계 항생제와 스테로이드 항생제로 치료한다. 문제는 올해는 기존 약물이 잘 듣지 않는 내성 환자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이지현 교수는 “기존 항생제가 듣지 않아 다른 항생제를 처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지역사회 내에서 항생제 사용이 늘어 내성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임성민 교수는 “2000년 이후로 마크로라이드 계열 내성균이 점차 늘어 그 비율이 2015년 81.6%, 2019년 81.2%나 된다”고 말했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내성균에 감염된 경우에는 독시사이클린·미노사이클린 같은 테트라사이클린제나 레보플록사신·토수플록사신 같은 퀴놀론 계열의 항생제를 2차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테트라사이클린제와 퀴놀론제가 각각 12세 미만과 18세 미만에서 사용이 금지돼 있어 치료가 어려웠다.
임 교수는 “올해 마크로라이드가 듣지 않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에 대한 항생제 치료 지침이 새로 마련됐다”며 “마크로라이드제 치료 시작 후 48~72시간 이내에 발열이 지속되거나 전신 상태가 악화되는 등 호전되지 않을 경우 테트라사이클린제나 퀴놀론제를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청은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전파 차단을 위해 손을 자주 깨끗이 씻고, 기침은 휴지나 옷 소매로 입과 코를 가리고, 호흡기 증상이 있을 때는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권고했다. 이지현 교수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호흡기로 전파되는 감염병이므로 특히 학교나 어린이집, 기숙사 등 집단 생활을 하는 곳에서 빠르게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