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편의점의 담배 진열장. 영국 바스대 연구진은 글로벌 담배 기업 필립모리스가 일본 교토대 연구진에 연구 자금을 우회 지원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필립모리스 내부 문서를 분석한 결과를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다./뉴스1

글로벌 담배 기업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이 전자담배의 홍보를 위해 과학자들에게 연구비를 지원하고 연구 결과를 조작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영국 바스대 연구진은 지난 27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담배 및 니코틴 연구’에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과 일본필립모리스가 연구자들에게 비밀리에 자금을 지원하고 연구 결과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필립모리스는 일본 교토대에 연구 자금을 지원하면서 이를 외부에 알리지 않기 위해 일본 연구 컨설팅 기관인 CMIC를 통해 우회 지원했다. 또 생명과학 컨설팅 기업인 ‘FTI 이노베이션’에 매달 300만엔(약 2600만원)을 지원해 학술대회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바스대 연구진이 2012년부터 2020년까지 필립모리스에서 유출된 내부 문서를 분석해 확인됐다.

바스대 연구진은 필립모리스가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IQOS)’의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연구 결과를 조작했다고 결론 내렸다. 교토대 연구진에게 뒷돈을 지원한 대가로 학술대회에서 아이코스 관련 기술과 제품을 홍보했다는 것이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담뱃잎이 포함된 전용 스틱을 전용 기기에 꽂아 가열해 증기를 흡입하는 방식이다.

소피 브라즈넬 바스대 교수는 28일(현지 시각) 영국 가디언지 인터뷰에서 “필립모리스의 활동은 과학 연구에 영향을 행사하려는 기업들의 전략과 유사하다”며 “기업의 이익을 위해 연구를 조작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글로벌 담배산업 감시기구인 스톱(STOP)은 필립모리스 내부 문서를 분석해 일본필립모리스가 금연 구역에서 아이코스 사용을 허가하도록 로비를 했다는 정황도확인했다. 스톱에 따르면 필립모리스는 일본 의료 기관과 소방방재청, 숙박업체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접촉했다. 스톱은 “필립모리스의 계획은 아이코스가 사회적으로 널리 받아들여지도록 보이게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호르헤 알데이 스톱 이사는 “이번 폭로로 필립모리스의 의도와 제품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이 오히려 늘고 있다”며 “이들은 기만적인 전술로 잠재적인 담배 유행을 위한 장을 마련해왔다”고 말했다.

필립모리스는 이 같은 의혹에 사실이 아니라며 반박했다. 필립모리스 관계자는 “담배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보다 우리 회사를 비판하는 데 관심 있는 조직의 주장일 뿐”이라며 “우리는 규제 산업에서 더 나은 정책 결정을 위한 합법적이고 적절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참고 자료

Nicotine & Tobacco Research(2024), DOI: https://doi.org/10.1093/ntr/ntae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