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희 비타민', '비타민계의 에르메스'라 불리는 고용량 비타민의 인기가 날로 치솟고 있다. 사진은 대표적인 고용량 비타민인 동아제약의 '오쏘몰 이뮨'./동아제약

고용량 비타민이 ‘김태희 비타민’, ‘비타민계의 에르메스’로 불리며 갈수록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고용량 비타민인 동아제약의 ‘오쏘몰 이뮨’은 출시 첫해인 2020년 매출 87억원에서 지난해 1204억원으로 급증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와 올리브영 건강식품 랭킹에서 수개월째 1~2위를 유지하며, 지난달 역대 최다 판매량인 180만 병을 돌파하기도 했다.

고용량 비타민을 복용하는 사람들은 하나만 먹어도 피로가 싹 가시고 눈이 뜨이고 구내염이 바로 사라진다고 말한다. 그만큼 효과가 빠르고 뛰어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비타민이 부족한 환자에게 보통 정량을 처방한다며, 건강한 사람이 고용량 비타민을 섭취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기저질환자는 부작용도 생길 수 있어 전문의와 상담 후 복용하라고 조언했다.

◇비타민·미네랄이 권장량 10배 이상 들어가

고용량 비타민 제품은 비타민 A, B, C, D, E와 아연, 셀렌, 크롬, 망간, 요오드 등 다양한 미네랄이 들어있다. 이중 고함량 들어 있는 것은 비타민 B와 C, D, 아연, 마그네슘 등이다. 비타민 B는 면역력과 신경계 기능을 강화하고 신진대사작용을 촉진한다. 비타민C는 면역력을 높이고 항산화 작용을 하며 계절성 우울증 환자가 기분을 조절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비타민 D는 신경 기능을 유지하고 시력과 피부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아연은 항산화 효과가, 마그네슘은 인슐린 분비로 혈당 조절에 도움이 된다.

오쏘몰 이뮨은 알약과 액체 성분의 약을 한번에 섭취하는 이중 제형 고용량 비타민제다. 독일 오쏘몰사의 종합비타민제로 2020년부터 동아제약이 공식 수입해 국내에 판매하고 있다. 지금도 독일 현지에서 생산·제조된다. 오쏘몰 이뮨에 특히 많이 든 성분은 비타민 C와 비타민 B6, 비타민 E다. 기존 섭취권장량보다 각각 10배, 15배, 13배씩 들어 있다. 비타민B7(비오틴)도 5.7배, 비타민 B9(엽산)은 2배 들었다.

오쏘몰 인기에 힘입어 다른 제약사들도 이중 제형 고용량 비타민제를 출시했다. 종근당은 비타민 B1(티아민), B2, 6, 7, 12가 각각 40배 든 ‘아임비타 멀티비타민 이뮨샷’을 내놨고, 뉴트리코어는 비타민 B 전 성분이 20~50배, 비타민D 10배, 비타민E 13배, 각종 미네랄이 2~3배 든 ‘멀티비타민미네랄 이뮨샷’을 내놨다. GC녹십자도 비타민B와 마그네슘이 고함량 든 ‘비맥스 엠지플러스’를 내놨고, 대웅제약은 비타민 B12가 208배나 든 ‘에너씨슬 퍼펙트샷’을 내놨다.

각 제품마다 많이 들어 있는 성분과 함량이 조금씩 다르지만 제약사들은 공통적으로 ‘피로를 해소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홍보했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비타민 A, B, C, D, E와 미네랄은 아주 미량이지만 체내 효소와 호르몬, 신경전달물질을 만들고 DNA 합성 까지 관여하는 엄청난 연료”라며 “오쏘몰은 미량 영양소를 어떻게 보충해야 하는지 연구하는 분자교정의학(Orthomolecular) 지식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종근당의 ‘아임비타 멀티비타민 이뮨샷’과 뉴트리코어의 ‘멀티비타민미네랄 이뮨샷’, GC녹십자의 ‘비맥스 엠지플러스’, 대웅제약의 ‘에너씨슬 퍼펙트샷’./종근당, 뉴트리코어, GC녹십자, 대웅제약

◇지용성 비타민, 과도하면 건강 나빠질 수도

백수아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면역력이 떨어져 있거나 음식 섭취가 부족한 사람이 고용량 비타민을 먹으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백 교수는 “비타민은 음식물에 포함된 걸 먹는 게 가장 좋다”며 “건강한 사람이 굳이 고용량을 먹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용량 비타민을 먹는다고 항산화나 항노화, 면역력 향상 등에서 극적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훈기 한양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병원에서 비타민D 등 특정 영양소가 필요한 사람에게 처방하기는 하나 대부분 일일 권장량 만큼 섭취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임신 초기 기형을 예방하기 위해 엽산(비타민 B9)을 먹거나, 만성 알코올 의존증 환자에게 부족한 티아민(비타민 B1)을 고용량 주사제로 처방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고용량 비타민에 특히 많이 든 비타민 C는 고용량을 먹어도 면역력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는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유정 고대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도 “건강한 사람이 고용량 비타민을 주기적으로, 지속적으로 먹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비타민 B나 C처럼 물에 녹는 수용성 비타민은 많이 먹어도 소변으로 배출될 수 있지만, 비타민 A, D, E, K 같은 지용성 비타민은 간이나 신장에서 처리된다”며 “이들 장기가 좋지 않은 기저질환자는 고용량을 먹고 오히려 더 건강이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기저질환자는 건강 상태나 현재 먹고 있는 약물을 고려해서 고용량 비타민을 먹어도 될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고용량 비타민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뤄지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고용량 비타민을 먹었을 때 느껴지는 효과가 일종의 ‘플라시보 효과’가 아닌 실제인지 밝혀내려면 앞으로 장기적인 대규모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훈기 교수는 “고용량 비타민 처방을 병원에서는 쉽게 안해 아직 연구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유정 교수는 “차라리 비타민과 미네랄이 일일 섭취 권장량 만큼 들어 있는 종합비타민을 추천한다”며 “지금까지 종합비타민에 대한 연구 결과는 많이 나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종합비타민을 꾸준히 먹은 사람이 감기나 구내염에 적게 걸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우리 몸이 소화할 수 있는 용량만큼 복용하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