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매병원 전경 이미지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이탈이 계속될 경우 서울 시립병원인 서울의료원과 보라매병원이 올해 약 9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 같은 손실로 시립병원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서울시는 병원들의 자구책을 전제로 예산을 투입해 손실의 절반을 메꿔주기로 했다.

◇ 전공의 의존도 큰 공공의료기관, 병상가동률·외래 실적 ‘뚝’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2월 20일부터 집단 이탈을 시작한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으면 두 시립병원의 올해 손실이 연말까지 897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계했다. 두 병원의 손실은 각각 서울의료원 525억원, 보라매병원 372억원으로 추정된다.

손실이 이 정도로 커진 것은 두 병원의 전공의 의존도가 크기 때문이다. 서울의료원은 의사 203명 중 전공의가 44명으로 비율이 22%, 보라매병원은 의사 348명 가운데 전공의가 118명으로 34%다. 특히 보라매병원의 전공의 비율은 주요 대형병원으로 꼽히는 서울아산병원(34.5%)이나 서울성모병원(33.8%)과 비슷하다.

전공의들이 이탈하면서 병상 가동률도 크게 내려갔다. 병상 가동률은 서울의료원이 전공의 이탈 전 72%였지만 5월 말 기준 44%로 28%포인트 하락했다. 보라매병원도 72%에서 52%로 20%포인트 내렸다.

외래환자 진료 실적도 나빠졌다. 보라매병원은 지난해 하루 평균 외래환자 3332명을 진료했는데 전공의 사직사태 이후인 5월에는 2888명으로 줄었다.

서울시는 두 시립병원의 손실 중 절반가량인 456억원에 대해 시 예산을 투입해 지원할 예정이다. 시는 앞서 재난관리기금을 이용해 서울의료원 42억원, 보라매병원 76억원 등 모두 118억원 투입했는데, 추가경정예산안 338억원을 편성해 각각 226억원·112억원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재난관리기금과 추경까지 합하면 총 456억원이다.

이처럼 많은 재정 지원이 들어간 것은 병원의 손실 뿐 아니라 두 시립병원이 의정 갈등으로 인한 의료공백 최소화를 위해 내·외과 등 필수과목 중심으로 평일 진료 시간을 2시간 연장하는 등 공공의료 업무 부담도 늘렸기 때문이다. 시는 전문의들의 ‘번아웃’을 막고 병원을 원활히 운영하기 위한 의사 신규 채용 비용도 지원하고 있다.

◇ 비상경영체제 돌입

병원들은 비상 경영 체제를 가동하며 각종 비용 절감에 나섰다. 서울의료원과 보라매병원 모두 의사직이 아닌 직군의 신규 채용은 유보하고, 의사직을 제외한 전 직원에게 무급휴가를 권고해 인건비를 절감하는 중이다. 서울의료원은 여기에 더해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촬영, 재활치료 등 진료 실적을 높이고 각종 행사·홍보 비용은 줄일 계획이다.

두 시립병원의 비용 절감 고강도 자구책을 전제로 한 시의 재정지원이지만,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손해를 결국 세금을 투입해 보전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갈등이 길어질 경우 시민 건강 보호에 심각한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병원 경영도 한계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이 더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단 시 예산을 투입해 두 공공 의료기관을 지원하기로 했다”면서 “전공의 복귀를 위해 정부와 함께 다각도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