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에 반대해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집단 휴진에 돌입한 18일 오전 9시 30분, 서울 서초구 내과⋅이비인후과 병원에서 진료를 기다리던 환자는 “집단 휴진한다고 하길래 걱정했는데, 우리 동네 병원은 정상진료를 하니 정말 다행”이라며 “정부 정책에 반대한다고, 동네 병원까지 쉬라고 하는 건 좀 심한 거 같다”고 말했다.
이 병원의 환자 대기명단에는 환자들 이름이 가득 적혀 있었다. 진료 접수를 돕는 간호사는 “우리 병원은 휴진 안 한다”며 “지금 접수하면 점심시간 이후에 진료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구청역 인근 한 내과 병원 입구에는 ‘오늘 일반 외래 진료는 휴진입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신장 투석을 하는 인공신장실은 운영 중이었는데, 이 곳에서 나온 한 직원은 “집단 휴무에 따라 휴진”이라고 말했다. 이 병원을 찾은 한 남성은 “네이버에 찾아보니 오늘 진료하는 병원들이 몇 군데 더 있더라”며 발걸음을 돌렸다.
서울대병원에 이어 개원의 중심 의사 단체인 의협 주도로 동네병원들이 이날 휴진에 나선 이날, 의료 대란은 없었다. 이날 네이버 지도를 통해 서울 종로·마포·서대문·강남·서초·중구 일대 병⋅의원 575곳의 영업 현황을 파악한 결과 58 곳이 ‘오늘 휴무’로 나타났다.
서울 시내 병⋅의원 10곳 중 1곳이 휴진을 했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에 사전 휴진 신고를 한 의료기관은 4%보다는 많지만, 큰 불편을 초래할 정도는 아니었다.
휴무를 표시한 58개 병원을 과 별로 보면, 정신건강의학과가 13곳으로 가장 많았고, 피부과(뷰티 포함) 11곳, 이비인후과 8곳, 산부인과, 소아과 4곳 등으로 나타났다. 정신과와 피부과는 예약 환자 위주로 접수를 받기 때문에 혼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로는 차이는 있었다. 서울 도심권은 정신과 휴무 병원이 가장 많았다면, 서울 강남권은 피부과가 주를 이뤘다.
네이버에는 ‘휴무’라고 등록했지만 정상 영업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 성동구의 한 육아카페는 소아과와 내과, 이비인후과 등 인근 병·의원 영업 현황을 공유하면서 “동네 소아과를 네이버에서 검색하니 오늘 휴무라고 나오는데, 전화를 걸었더니 오후 1시까지는 진료를 한다고 들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대는 휴진하는 병원을 찾기가 어려웠다. 잠실역 인근의 내과 의원에는 10명 넘는 환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곳 간호사는 “우리 병원은 집단 휴진에 동참 안 한다”고 말했다. 잠실동 일대 병·의원 5곳 중에서 휴진하는 곳은 없었다.
서울 잠실동의 한 이비인후과 관계자는 “잠실은 학교가 많아서, 학부모의 입김이 굉장히 세다”며 “집단 휴진에 동참했다는 소문이 한번 돌면 향후 영업이 어려워질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3번출구 인근의 한 내과 의원 입구에는 ‘오늘은 원장님 개인 사정으로 오전 진료만 본다’는 문구의 A4용지가 붙어 있었다. 공지문을 본 환자들은 ‘오전 진료중’이라는 말에도 발걸음을 돌렸다.
이 병원 옆 건물의 다른 의원은 환자들로 북적댔다. 한 환자는 병원 문을 열자마자 “정상 영업 하느냐”고 물었다. 이 병원 간호사는 “병원을 정상 운영한다”며 “대기 손님 많아서 좀 기다려야 한다”고 답했다.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한 산부인과도 정상 진료 중이었다. 아내 출산을 앞두고 백일해 주사를 맞으러 왔다는 한 남성은 “의료기관 휴진인지도 몰랐다”고 했다. 의사협회가 이날 총궐기대회를 예고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 이비인후과, 내과 등 병원들도 정상진료 중이었다. 의사들이 오전만 진료를 보고 오후부터 환자를 받지 않는 방식으로 휴진할 가능성도 있지만, 대부분 병원은 오후 진료도 가능하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