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전면 집단휴진을 선언한 18일 서울 대형 대학병원을 일컫는 ‘빅5′ 병원 중 서울대병원을 제외한 나머지 병원들은 사실상 정상 진료가 이뤄지고 있었다. 이날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1층 로비 전경. /허지윤 기자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전면 집단 휴진을 선언한 18일 서울 대형 대학병원을 일컫는 ‘빅5′ 병원 중 서울대병원을 제외한 나머지 병원들은 사실상 정상 진료가 이뤄지고 있었다. 이날 오후에 찾은 서울 송파구 풍납2동 서울아산병원 주차장은 지하 2층까지 만차였다.

외래환자의 진료 접수를 받는 1층 로비는 치료·검사를 받으려는 환자와 보호자들로 북적였다. 비뇨기과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60대 남성 환자는 “치료를 못 받는 일이 생길까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예정대로 진료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 환자는 “평소보다 20~30분 가량 더 오래 기다렸다”며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의 피해를 환자가 봐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심장내과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힌 50대 여성은 “집단 휴진으로 진료 연기가 됐더라면 너무 불안했을 텐데 교수님이 진료를 해줘 다행”이라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이날 하루 외래 진료 환자 수는 1만2000명으로 평시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수술 건수는 20%가량 줄어든 120건을 기록했다. 병원 관계자는 “전날 수술 건수가 평소보다 10% 이상 많았다”고 설명했다. 교수들이 휴진일에 예정했던 수술을 하루 앞당기거나 하루 뒤로 미룬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날 서울아산병원 전체 교수진 400여명 가운데 일부가 자리를 비웠다. 이들이 의협 휴진에 참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연차를 냈는지도 불분명하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전면 집단휴진을 선언한 18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은 정상 진료를 하고 있었다. 세브란스병원 어린이병원 전경/김명지 기자

서울세브란스병원에서도 일부 의료진이 휴진했지만 대부분 진료는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당뇨병 환자를 진료하는 내분비내과의 수납 대기 번호는 오후 3시 기준 620번까지 올라갔고, ‘휴진’이 표시된 교수는 없었다. 세브란스병원 어린이병원도 로비와 복도에 대기하는 환자와 보호자로 북적였다. 병원 한 관계자는 “어린이병원은 개인적으로 휴진을 한 교수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 집단 휴진에 동참하려고 휴진을 계획했던 교수들도 직접 환자들과 진료 일정을 조율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정상 진료를 결정했다.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성모병원도 대부분 과에서 진료와 수술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정형외과 환자들이 많이 찾는 서울 광진구 건국대병원,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화상전문병원인 서울 영등포구 한림대 한강성심병원도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다만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2월부터 이어진 의정 갈등에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당뇨병 진료를 위해 이날 오전 경기도 남양주에서 버스를 타고 세브란스병원을 찾은 60대 남성은 “집에서 출발해서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진료를 받지 못하지는 않을까 마음을 졸였다”고 말했다.

이 남성은 “오늘은 다행히 진료가 연기되거나 취소되지는 않았지만, 7월부터 교수들이 휴진을 한다고 하니 압박과 불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달 세 살 자녀가 뇌 수술을 받았다고 밝힌 한 40대 여성은 “수술 경과를 보기 위한 컴퓨터단층촬영(CT)도 내일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교수님과 약속했다”며 “우리 아들은 사정이 낫지만, 다른 어린이 환자들은 불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건국대병원에서 만난 휠체어를 탄 70대 남성은 “진료를 보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면서도 “의사들이 휴진을 해서 그런지, 평소보다 진료를 대기하는 인원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건국대 병원 관계자는 “일부 휴진을 한 교수가 있지만, 진료와 수술 등 병원 운영에 영향을 주진 않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