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서 의료진이 걸어가고 있다./연합뉴스

의학 분야의 국제 학술지인 ‘란셋(The Lancet)’에 한국 의료 시스템의 붕괴를 우려하는 글이 실렸다.

윤주흥 미국 피츠버그의대 교수와 박형욱 단국대의대 교수, 권인호 동아대의대 교수는 지난 15일(현지 시각) 란셋에 ‘위기에 처한 한국 의료 시스템(The South Korean health-care system in crisis)’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이들은 최근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부와 의사들의 갈등을 전했다. 한국 정부가 내년부터 매년 2000명씩 의사를 늘리겠다고 발표하고, 이를 위해 의대생 정원을 확대하기로 하자 전공의와 펠로우 같은 젊은 의사들이 대규모 사직을 하며 갈등이 이어진다는 내용이다.

기고문은 이번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을 부실한 의료 급여 체계와 의료진의 높은 형사 기소율에서 찾았다. 이들은 “전국적인 혼란은 극도로 낮은 급여율에서 시작됐다”며 “젊은 의사들의 시위는 근본적으로 결함이 있는 의료급여 제도를 개편해달라는 절박한 요구”라고 밝혔다. 이어 “과감한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한국 정부의 의료보험제도는 곧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고 적었다.

기고문은 의료진의 의료 과실에 대한 형사 고발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것도 문제라고 적었다. 이들은 2013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 의사의 형사 기소율은 일본보다 약 15배, 영국보다 약 566배 높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2020년 서울의 한 대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4명의 영아가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고 의사 2명과 간호사 1명이 의료 과실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게 됐다”며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이 사건은 젊은 의사들에게 고위험 전문 분야를 기피하는 경각심을 가지게 했다”고 밝혔다.

이번 기고문은 오는 18일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예고한 전면 휴진과 의사 총궐기대회를 앞두고 게재돼 더 큰 관심을 모았다.

참고 자료

The Lancet(2024), DOI : https://doi.org/10.1016/S0140-6736(24)0076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