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집단휴진을 하루 앞둔 1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에 휴진 철회 성명문이 게시돼 있다./뉴스1

전국 의료기관 10곳 중 6곳이 대리처방을 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지난 4월 24일부터 5월 22일까지 전국 113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료현장 실태조사 결과를 16일 발표했다.

실태조사에 응한 의료기관 93곳 중 58곳(62.3%)은 의사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공유해 간호사가 처방전을 대리 발급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와 보호자에게 시술과 수술 동의서를 받는 일을 간호사가 의사 대신 한 의료기관도 55곳(59.1%)에 달했다.

대리시술·처치는 45.1%, 대리 수술도 24.7%로 조사됐다.

일부 병원은 진료지원(PA) 간호사 같은 의사의 진료 보조 인력을 수백명씩 사용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2월 전공의 이탈 이후 서울의 A사립대병원은 PA 간호사를 164명이나 늘렸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조사 결과는 의료현장에 의사 인력 부족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의대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사단체들의 진료 거부 사태가 넉 달째 계속되고 있고, 17일부터는 의대 교수와 개원의들까지 나서서 연쇄 집단휴진을 예고하고 있다”며 “불법 의료는 의사면허도 없고 전문 지식과 기술·경험도 없는 비(非)의사 의료인력이 의사 업무를 대신해 환자 생명과 안전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사단체는 의사가 부족한 현실을 인정하고 집단 휴진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