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미니 돼지의 장기를 영장류에 이식해 국내 최장 생존 기록을 경신했다. 사람 유전자를 넣어 형질을 바꾼 돼지 심장이 영장류의 생존 기간을 늘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옵티팜과 안전성평가연구소는 형질전환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영장류가 100일째 생존 중이라고 27일 밝혔다. 이종 장기이식은 종이 다른 동물 사이에 심장을 이식하는 방법이다.앞선 이종 심장 이식 관련 국내 최장기록은 2017년 농촌진흥청이 세운 60일이다.
고형 장기 이식은 간, 심장, 신장 순으로 연구 난도가 높아 생존 기간이 짧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 옵티팜이 보유한 이종 심장 이식 기록은 2014년 세운 46일이다. 옵티팜은 지난해 영장류에 돼지 신장을 영장류에 이식해 221일이란 최장 생존 기록을 세웠다. 신장과 심장 분야에서 모두 쾌거를 이룬 것이다.
이종 장기 이식 후 생존 기간을 늘린 건 고도화된 형질전환 기술 덕분이다. 기존에는 유전자 2~3개가 변형된 형질전환 돼지의 장기를 사용했다. 하지만 이번엔 돼지 유전자 4개를 빼고, 사람 유전자 2개를 넣는 방식으로 모두 6개를 변형했다. 형질전환 기술은 돼지 심장에 사람 유전자를 넣어 이식했을 때 면역 거부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줄여준다.
이종 장기 이식 치료는 만성적인 이식용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꼽힌다. 한국과 미국, 중국에서 동물 장기를 사람에게 적용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말기 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두 차례 이종 심장 이식 수술을 진행했다. 첫 번째 환자는 지난 2022년 61일 동안, 두 번째 환자는 지난해 6주간 생존했다.
이번 이종 심장 이식 실험은 건국대 심장혈관흉부외과의 지현근 교수와 김준석 교수가 집도했다. 지 교수는 "기존 심장을 그대로 두고 복부 위치에 돼지 심장을 붙이는 이소성(異所性) 이식을 했다"며 "이전 연구보다 수치들이 개선됐는데, 이식된 형질전환 돼지의 심장이 영장류에서 요구하는 최적 조건에 가까워졌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황정호 안전성평가연구소 동물모델연구그룹장은 영장류의 면역 거부와 혈액 생화학적 반응을 분석했다. 황 그룹장은 "20년간 축적된 영장류 안전성 평가 노하우를 이번 실험에 반영해 좋은 결과를 냈다"며 "신장과 심장 같은 고형장기 이식 분야의 임상 진입 가능성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옵티팜과 건국대, 안전성평가연구소가 진행한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았다. 사업 목표는 이종 세포·조직과 고형 장기 분야에서 각 한 건씩 임상을 신청하는 것이다.
김현일 옵티팜 대표는 "형질전환 돼지의 고도화를 통해 고형 장기 이식 분야에서 전환점을 마련했다"며 "글로벌 선두 그룹과 유사한 수준의 형질전환 돼지를 보유한 만큼, 앞으로 임상 진입에서 요구되는 재현성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