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을 부르는 고지방 식단이 면역체계를 억제하는 장내 세균을 늘려 유방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픽사베이

육류와 유제품 위주의 고지방 식단이 특정 장내 세균을 늘려 면역을 낮추고 유방암을 촉진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유방암 환자의 종양을 제거하지 않고 장내 세균을 조절하는 새로운 치료법이 가능하다고 기대했다.

송 얼웨이(Erwei Song) 중국 쑨원대 의대 유방외과 교수 연구진은 “유방암 환자들의 장내 세균을 조사한 결과 고지방 식단이 종양 성장을 촉진하고 재발을 유도한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지난 6일 공개했다.

연구진은 쑨원기념병원을 찾은 유방암 환자 61명의 조직과 대변을 채취해 조사했다. 우선 환자를 비만의 경계로 볼 수 있는 체질량 지수(BMI) 24를 기준으로 나눴다. BMI가 24 이상인 환자는 24 미만인 여성보다 장 속에 데설포비브리오균(Desulfovibrio)이 많이 발견됐다.

연구진은 유방암과 데설포비브리오균의 연관성을 자세히 조사하기 위해 동물실험을 했다. 생쥐에게 고지방 식단을 먹이자 데설포비브리오균이 많이 발견됐고, 면역체계를 억제하는 ‘골수 유래 억제 세포(MDSC)’ 수치도 올랐다. 또 고지방 식단을 먹은 쥐는 아미노산 가운데 하나인 류신(Leucine) 수치가 높았다. 이후 데설포비브리오균을 죽이는 항생제로 쥐를 치료하자 MDSC와 류신이 모두 정상 수치로 돌아왔다.

생쥐 실험 결과는 유방암 환자의 혈액 표본에서도 똑같이 확인됐다. BMI가 24 이상인 환자는 MDSC와 류신 수치가 과도하게 높았다. 고지방 식단으로 발생한 장내 데설포비브리오균이 사람에서도 똑같이 MDSC와 류신을 생성하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장-골수-종양’을 축으로 하는 새로운 유방암 치료법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장내 미생물 군집은 지리와 식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이번 연구를 다른 인구 집단에 적용하기 위해선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캐서린 쿡(Katherine Cook) 미국 웨이크포레스트대 의대 교수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장내 미생물 연구는 종종 집단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를 보인다”면서도 “이번 연구는 종양 치료에 완전히 새로운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밝혔다.

참고 자료

PNAS(2024), DOI: https://doi.org/10.1073/pnas.2306776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