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교수와 전공의, 의대생, 수험생 등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해 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한 사건이 16일 2심에서 기각·각하 결정을 받으면서 27년 만의 의대 증원이 사실상 확정됐다. 의사 측이 대법원에 재항고를 해도 입학 전형 계획을 심사하는 기한인 이달 말까지 결론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당장 각 대학은 이번 달 말까지는 신입생 정원을 확정해야 한다. 결정 직후 의료계는 대법원에 재항고를 제기한다고 밝혔다.
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와 의대생 등의 법률 대리인인 이병철 변호사는 이날 서울고법의 결정이 나온 직후 “대법원 재항고 절차를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며 “대법원이 신속하게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법원은 기본권 보호를 책무로 하는 최고법원이고, 정부의 행정처분에 대해 최종적인 심사권을 가지므로 재항고 사건을 (입학 전형 계획이 확정되는) ‘5월 31일’ 이전에 심리, 확정해 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대법원 관계자는 기본적 절차에 들어가는 시간이 있다며, 빨라도 7월은 돼야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했다.
의료계는 앞서 “의대 증원은 졸속 추진이며, 기각이나 각하 결정이 나오면 경우 재항고하겠다”고 반발해왔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것에 대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가 없었고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전국의과대학 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전날 온라인 임시총회를 열고 “기각이나 각하 결정이 나온다면 근무시간을 재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의협은 판결문 분석 후 17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발표하겠다”고 짧게 밝혔다. 의협은 미리 언지한 대로 대법원에 재항고할 가능성이 높다.
이날 법원 판결 이후 의료계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 한 대학병원 교수 A씨는 “전공의들은 확실히 돌아오지 않을 것이며 몇몇 대학병원들은 도산할 위험이 있지만,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사들이나 의대 교수들은 큰 영향이 없다”며 “오히려 우리나라의 이공계가 도미노처럼 영향을 받아 붕괴할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재항고를 하더라도 그건 형식적인 것”이라며 “수 개월이 걸리는 만큼 이미 의대 증원을 진행해 결과가 혹여 바뀌더라도 사후약방문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저서 ‘하지마라 외과 의사’로 유명한 엄윤 원장은 SNS에 “전공의· 학생 안 돌아옴, 교수 이탈 가속화, 3차 대학병원 줄도산, 병원 근처 약국 줄폐업, 회피 가능 사망 환자 폭증” 등 앞으로 일어날 일 10가지를 꼬집었다. 다른 대학병원 교수인 B씨는 “사실 이번 결과에 대해서 많이 놀라지 않았다”며 “정부가 초래한 혼란 속에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잡겠다”고 말했다.
대학은 이날 법원 판결에 따라 이달 말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으로부터 대학 입학 전형 시행 계획 최종 심사를 받은 뒤, 모집 요강 공고를 거쳐 7월 초 재외국민 전형, 9월 초 수시 전형 접수를 시작한다. 이달 말 모집 요강이 수험생들에게 공고되면 내년도 의대 증원은 현실적으로 되돌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