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장기화 되고 있는 25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이 줄이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이 병원을 집단 이탈하자 응급실을 찾는 경증 환자가 줄었다. 정부가 전국의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중증·응급 중심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했기 때문이다. 일선 병원에서는 "응급실이 응급실다워지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비상진료체계가 세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다시 이전처럼 비교적 가벼운 증상인데도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크게 늘었다. 비상 체계가 일상이 되면서 과거로 돌아간 것이다. 여기에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공무원이 세종시 대형 병원에서 서울의 병원으로 전원(轉院)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7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권역 응급의료센터(대형 병원) 내원 환자를 분석한 결과, 이달 2일 기준 한국형 중증도 분류체계(KTAS)에서 경증 환자 수는 일주일 전과 비교해 14.6% 늘었다. 응급환자에 해당하는 1∼2등급 환자와 중등증(중증과 경증의 중간) 환자는 같은 기간 각각 2.6%, 1.8% 감소했다. 응급의료센터와 응급의료기관에서도 경증 환자 수가 일주일 전과 비교해 5.7%가 늘었다.

일례로 문체부 공무원 A씨가 뇌출혈 증세로 지난달 21일 세종충남대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현지 수술을 권유받았는데도, 서울아산병원으로 병원을 옮겨 2~3일 뒤 수술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전공의 이탈로 전국의 대학병원들이 중증 응급 환자 위주로 빠듯하게 운영되고 있는데, 지역에서 치료 가능한 환자를 서울로 옮긴 것이 적절하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민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현재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등 조사 중"이라며 "경증인 경우에는 지역 내 병의원을 이용해주시기를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 박민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집단행동 관련 중대본 회의결과를 브리핑 하고 있다. 2024.5.7/뉴스1

정부는 대형병원이 중증·응급환자 중심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상급종합병원과 진료협력병원 간 협력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올해 3월 19일 상급종합병원과 협력체계를 구축할 종합병원 100곳을 진료협력병원으로 지정한 뒤 암 전문 분야에 대한 협력병원을 추가로 지정했다.

현재 암 진료협력병원 68곳을 포함해 전체 진료협력병원은 총 185곳이다. 상급종합병원과 진료협력병원 내에 전원과 진료 연계 등을 위해 배치된 상황요원은 총 328명이다. 3월 25일∼5월 2일 진료협력체계 운영실적 점검 결과,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 완료 후 지속적인 예후 관리가 필요한 환자 총 1만2722명이 진료협력병원으로 회송됐다. 진료협력병원에서 치료할 수 있는 환자 323명은 진료협력병원으로 전원 후 치료를 받았다.

정부는 또 중증·응급환자 중심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군의관, 공보의 등의 추가 파견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공보의 257명, 군의관 170명 등 총 427명이 파견됐다. 이들은 22개 공공의료기관에 131명, 42개 민간의료기관에 284명, 중앙응급의료센터에 12명이 각각 배치됐다. 전날에는 근무 중인 군의관 20명, 공보의 126명에 대해 파견 기간을 연장하거나 새로운 인력으로 교체했고, 3차로 군의관 36명을 파견했다.

정부는 이번 주 중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 2차 회의를 개최한다. 1차 회의에서 중증·필수의료 보상 강화 등 4대 논의 과제를 선정했고, 2차 회의에서는 특위 산하 전문위원회 구성·운영방안 등을 다루게 된다. 박 차관은 "의협과 전공의가 참여할 수 있도록 그 자리를 비워뒀다"며 "대한민국 의료체계의 발전을 논의하는 자리에 함께해 줄 것을 다시 한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