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연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첫 특위 회의를 마친 뒤 향후 특위 운영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을 뒷받침할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첫 회의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의료계 이해관계자와 전문가들이 모여 필수·지방 의료 복원에 대한 밑그림을 그릴 예정인데, 핵심 이해관계자인 의사단체가 특위 불참을 선언해 ‘반쪽짜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위는 첫 회의에서 의사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의대 정원 확대 규모는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

의료개혁특위는 25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에서 첫 회의를 열고 향후 논의 주제와 방향을 논의했다. 특위 위원장을 맡은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중증·필수의료에 대한 보상 강화, 의료전달체계의 정상화,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 도입,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 등 4개의 우선 과제를 집중 논의해 올 상반기 중 구체적 로드맵을 발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노 위원장은 다만 의료개혁 중 의정 갈등이 가장 극심한 주제인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해서는 “특위는 의료 인력에 관한 수급 조정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의견을 나눌 수 있지만 구체적인 의대 정원을 나누는 기구는 아니다”라며 “큰 틀의 논의는 가능하지만 구체적인 의대 정원을 논의할 계획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말했다.

노 위원장 또 특위 불참을 선언한 의사단체를 향해 “대한의사협회나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의료 문제의 주체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되는 분들”이라며 “의료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개혁하는 데 동참해 주기를 요청하고 있고, 현재도 많은 채널을 통해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협과 대전협은 특위 참여를 제안받았으나 “내년도 의대 증원 과정을 전면 중단하고 원점 재검토하지 않으면, 집단 행동을 이어가면서 특위 논의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며 참여를 거부했다. 노 위원장은 의사단체의 참여를 촉구하면서도 내년도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해서는 “2025년도 의대 정원은 내년도 입시 일정을 감안할 때 학교와 수험생 등의 혼란이 없도록 조속히 확정돼야 할 것”이라며 정부와 같은 입장을 밝혀 의사단체의 요구에 사실상 선을 그었다.

특위는 4대 우선 과제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필수의료 특성을 반영한 수가 인상뿐 아니라 지불제도 혁신, 과감한 재정 투자 방안을 종합적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의료전달 체계는 환자 중증도에 따라 의료기관의 역할이 적절히 분담되고 의료 이용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유인체계와 제도 개선 방안을 추진한다. 전공의 처우는 전공의의 장시간 근로 개선뿐 아니라 우수한 전문의로 육성될 수 있도록 수련체계 전반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한다. 마지막으로 의료사고 발생 시 환자에 대한 보상과 의료진에 대한 법적 보호를 보장할 수 있는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제정과 무과실 의료사고 국가보상 현실화 등을 마련한다. 구체적인 사안은 향후 전문위원단을 꾸려 매주 논의할 예정이다.

노 위원장은 필수의료의 획기적 강화, 지역의료의 보건, 초고령사회의 대비라는 세 가지 목표로 투명성·전문성·독립성·상호 협력의 4가지 원칙에 따라 특위를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브리핑에 배석한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실장은 특위가 의료계 참여 없이 시작한 이유를 묻는 말에 “지난 2월 1일 의료개혁 4대과제를 발표한 이후 두 달 이상 논의하도록 했고, 특위의 참석 범위 등과 관련해서도 기간이 상당히 됐다”며 “현재도 의협과 전공의가 참여할 수 있는 창은 열어놨다”고 답했다.

전 실장은 특위의 향후 운영 방향이 기존의 정부 발표와 크게 다르지 않고, 결정 사항에 대한 구속력이 담보되기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 “정책을 개별적으로 추진하면 의도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고, 서로 다른 입장의 당사자들이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면서 “기존의 심의기구는 복지부의 장·차관이 위원장이지만, 특위는 대통령 직속으로 격상돼 정부가 당연히 (결정 사항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 위원장이 산업계 인사로 분류된 만큼 산업계 편향적일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두고는 “노 위원장은 복지부 보건의료정책 본부장과 대통령실 고용복지수석비서관을 거치고 학계에서도 대학 부총장을 역임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가진 보건의료 분야의 전문가로서 의료개혁에 대한 각계의 의견을 조율할 적임자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노 위원장은 모두 발언에서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은 의료체계의 전환을 시도하는 것이며, 시기상으로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업”이라며 “의료개혁특위는 복합적·구조적 접근이 필요한 개혁과제의 논의를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라고 밝혔다.

특위 위원들의 임기는 1년으로, 공급자단체는 대한병원협회·대한중소병원협회·국립대병원협의회·대한약사회·대한간호협회·대한한의사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가 포함됐다. 수요자단체로는 한국환자단체연합회·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한국경영자총협회·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참여했다. 기획재정부·교육부·행정안전부·법무부·보건복지부 장관과 금융위원장의 정부측 위원들과 함께 보건의료·경제·법률 분야 전문가 5명도 특위를 구성한다.

전문가로는 윤석준 고려대 보건대학원장,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 복지부 관료 출신의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교수,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백경희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참여하고 있다.